"개말라 될래요"...거식증 부추기는 SNS

10-20대 거식증 유병률 7~8%로 높아...'먹토', '씹뱉' 등 위험단어 제한해야

기사승인 2021-05-27 04: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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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물이나 이온음료만 마셨어요. 음식을 조금이라도 섭취하면 모두 토했습니다."

20대 여성 A씨가 전한 ‘프로아나’ 경험담이다. 그는 체중변화가 두려워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했다. A씨는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면서 몸이 점점 망가지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위궤양과 식도염이 발생해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고, 영양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마른 몸을 동경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지향하는 ‘프로아나’ 현상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로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동경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거식증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프로아나족(族)의 활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사람) 등 그들만의 은어를 만들고 마른 몸 사진을 공유하는 등 극단적인 체중감량을 서로 독려하는 방식이다. 프로아나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연령층은 대개 외모에 민감하고,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10~20대 청소년들이다. 

실제 서울여대 프로젝트팀 '알려줄게U'가 20대 남녀 87명(여성 75명,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93.1%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었으며, 다이어트 후 섭식장애 증상을 겪은 응답자 비율이 27.6%로 높았다. '프로아나'를 검색해본 응답자는 14.9%로 나타났다. 

문제는 프로아나가 추구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거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음식을 거절함으로써 나타나는 거식증은 기질적 이유 없이 체중의 20% 이상을 잃었을 때 진단되며, 음식이나 체중을 강박적으로 조절하는 증상과 우울증과 불안, 폭식장애 등 다른 정신병리가 함께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 내에서 프로아나를 비롯해 개말라, 뼈말라 등 관련 은어의 해시태그(#) 검색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아나 관련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청소년들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다. 거식증은 정신질환 가운데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거식증을 청소년들에서 가장 우선으로 치료해야 할 질환 중 하나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섭식장애클리닉) 교수는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위험한 다이어트 방법을 습득하고, 그 문화에 깊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먹토’, 씹뱉‘ 등은 병리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위험한 단어”라며 “자살이나 마약, 범죄용어에 대한 검색을 제한하듯이 프로아나 관련 정보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환자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거식증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깨닫기는 쉽지 않다. 가족, 학교 등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은 프로아나를 단순한 유행으로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극단적 다이어트를 멈추지 못하고 반복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가 ▲함께 하는 식사를 피하거나 ▲최근 체중변화가 크고 ▲체중이나 식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거식증 등 섭식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때 다그치거나 훈계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김 교수는 “거식증이 의심될 때에는 관심과 걱정을 부드럽게 표현해야 한다. 음식을 먹지 못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환자를 다그치거나 훈계할 경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마음을 닫아버릴 우려가 있다. 경계가 누그러져야 비로소 환자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거식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6년 이상 앓게될 경우 만성화 단계로 진행돼 회복률이 매우 떨어진다. 김 교수는 “거식증 유병률은 전 인구의 1% 정도인데 지난해 국내 거식증 진료환자 수는 4280명으로 추정 환자 수의 1.4%에 불과하다”며 “특히 10~20대로 한정하면 유병률이 7~8%로 높아지는 편이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호전 가능성이 높은데도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육도 중요하다. 최근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학교폭력이나 자살 문제 대응을 위한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처럼 섭식장애에 대해서도 가정통신문을 전달하는 등 교육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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