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정책을 시민 손에… 전 세계 '기후시민의회' 도전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06-02 1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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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탐색기] 영국 CAUK·프랑스 CCC 이어 서울시민회의 ‘시동’

<편집자주> 벚꽃, 전력수요, 장마. 함께 나열하기 어색한 단어들 사이에 '기록 경신'이라는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빨리 피었습니다. 북극발 한파가 닥친 지난 1월 전국 최대전력수요는 처음으로 9000만KW를 넘겼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장마가 무려 54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 현상의 한가운데 놓인 우리는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됐을까요? 쿠키뉴스는 환경NGO 푸른아시아와 성공적인 그린뉴딜 계획을 찾아 나섭니다.

영국의 기후의회(Climate Assembly UK, CAUK)에 참석한 시민의원들. 사진=CAUK 홈페이지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기후변화를 늦추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주체로 지역사회와 시민공동체가 부상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론화와 정책제안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시민들, 기후위기 토론·정책 제안 나서

유럽 국가들은 관료 중심 정책의 비효율성을 인식,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민참여 창구를 마련하기에 나섰다. 중앙정부는 지원을, 지역사회와 각 분야 전문가들은 토론을 통한 정책 고안을 담당하는 ‘거버넌스’가 추진됐다. 영국의 기후의회(Climate Assembly UK, CAUK)와 프랑스의 기후시민의회(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 CCC)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CAUK는 2050년도까지 영국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기 위해 실천할 과제를 설정하고자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영국 정부는 인구 구성을 고려해 국민 3만명에 무작위로 의회 참여 의사를 묻는 우편을 보냈다. 2000여명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 추첨한 108명으로 시민의회가 최종 구성됐다. 

지난해 5월17일까지 4개월간 운영된 CAUK에 영국 정부는 총 52만파운드(한화 약 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영국 의회의 6개 위원회가 정책 후원자로 나서 CAUK의 활동을 뒷받침했다. 시민 의원들은 36명씩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식량, 농업, 토지, 이동 및 소비 등 4개 대주제를 의논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50개 이상의 정책제안이 담긴 5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프랑스의 기후시민의회(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 CCC)에서 토론 중인 시민의원들. 사진=CCC 홈페이지

CCC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9년 10월 출범했다. 앞서 2018년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등 환경정책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발생했는데,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환경정책 구상에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CCC역시 다양한 연령대, 성별, 지역, 민족성을 포괄하기 위해 시민들을 무작위로 추첨했으며, 150명의 시민의원을 선발했다.

지난해 6월21일까지 9개월간 운영된 CCC에 투입된 예산은 540만유로(72억원) 규모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인 후원자로 나서 CCC의 운영에 힘을 실었다. 시민의원들은 30명씩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주택, 노동, 소비, 식사, 여행 등 5가지 안건으로 토론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149개 정책제안이 담긴 보고서가 발간됐다. 

우리나라 시민사회, 문제 해결 잠재력 충분

우리나라 시민사회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응할 잠재력을 지녔다. 지난해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은 국내 7개 지역에서 각 2000명가량의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시대 주민행복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되는 사안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는 주거비 부담, 정신적 스트레스 등 고질적 문제로 거론되는 요소들보다 높은 위협점수를 얻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주요 정책으로 ‘전 국민 공감대를 토대로 지역과 민간이 주도하는 상향식 방안’을 채택했다. 시민 공동체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기능하도록 제도를 고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민회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시민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민회의는 이같은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을 목표로 시민 1081명이 참여하는 ‘2021서울시민회의’를 지난달 발족했다. 참여자는 지난 3∼4월 공개모집했으며, 다양한 성별·연령·거주지를 포괄해 추첨으로 선발했다. 다만, CAUK, CCC와 달리 서울시민회의는 기후위기 문제를 겨냥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니다. 시민·지자체·전문가 협의를 통해 사회 주요 현안을 의제로 선정하고, 정책을 의논하는 공론장으로 지난해부터 운영됐다. 올해는 주요 의제를 기후위기로 상정했다. 

올해 서울시민회의에서 시민들은 ‘기후위기 시대, 서울의 역할’을 주제로 기후·환경 전문가, 서울시 소관 부서 등과 함께 주제별 회의가 진행될 계획이다. 종합 토론과 정책 반영 우선순위를 투표로 결정하는 시민총회도 열린다. 주제별 회의는 6∼7월과 9∼10월 중으로 총 6회에 걸쳐 개최된다. 시민총회는 오는 8월29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