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었을 때 힘빠진다면 '의심'...뇌혈관 좁아지는 '모야모야병'

뇌졸중 일으키는 희귀질환...최근 5년간 37% 급증

기사승인 2021-06-03 0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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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었을 때 힘빠진다면 '의심'...뇌혈관 좁아지는 '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 환자 수 추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내 동맥혈관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지는 희귀질환이다. 좁아진 혈관이 막히면서 두통, 마비증상, 감각기능 저하, 경련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며, 심한 경우 뇌졸중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정상혈관이 줄어듦에 따라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 병을 발견한 일본의 스즈키 박사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モャモャ)로 이름붙였다.   

우리나와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자주 발생하며, 환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9975명이었던 국내 모야모야병 진료환자는 지난해 1만3722명으로 매년 1000여명씩 추가돼 5년간 37%나 늘었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1.8배가량 더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지난해 기준 50대 남성과 여성 환자는 각각 1010명, 2336명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모야모야병 환자 증가는 진단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높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건강검진 증가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숨은 환자를 찾아내는 빈도가 높아졌다. 또 평균 수명이 늘면서 전반적인 환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야모야병은 발병시기에 따라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주로 10세 이하 소아와 40~50대 중장년층에서 진단되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소아의 경우 등 일과성 허혈증상이 대표적이다. 크게 울거나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었을 때 과호흡이 오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신경학적 이상을 보인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뇌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과호흡으로 뇌혈류가 더욱 감소해 신경학적 이상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격렬한 운동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 ▲더위나 사우나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탈수가 됐을 때에도 뇌혈류량이 변화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인 모야모야병은 소아에 비해 뇌출혈 위험이 높고 재발률도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뇌졸중 등으로 쓰러져 병원에 방문했다가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고, 반대로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건강검진을 통해 진단되는 환자도 있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장 교수는 "소아에서는 뇌출혈이 거의 없고, 일과성 허혈증상이나 뇌경색이 주된 위험증상인 반면 성인에서는 뇌출혈 빈도가 절반가량으로 높은 편이다. 또 무증상인 환자도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며 "무증상이라고 하지만 약한 두통이나 마비 등 일상에서의 불편이 있었던 사례들이다. 이 경우 발병 여부를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진단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수술적 치료와 약물치료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진단은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Brain MRA)이나, 뇌컴퓨터단층 혈관조영술(Brain CTA), 뇌혈관조영술 (Cerebral DSA)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수술적 치료는 뇌혈류를 증가시키키 위해 좁아진 혈관을 정상 혈관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주는 혈관우회로수술이 대표적이다. 혈역학적인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개내 동맥류나 가성동맥류의 색전술 치료도 고려된다.

장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아는 것이 좋지만 사전에 알기가 어려운 질환이기도 하다.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대개 혈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며 "가족 중에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따로 해보는 것이 좋고, 관련 유전자(RNF213)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검진이 필요하다. 또 젊은데 두통이 잦거나 유산소 운동을 할 때 과호흡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