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포토존에 ‘남혐 손가락'?…도 넘은 억측 언제까지

기사승인 2021-06-09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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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포토존에 ‘남혐 손가락'?…도 넘은 억측 언제까지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전쟁기념관 내 무궁화 포토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국립 전쟁기념관이 남성혐오 의혹이 제기된 무궁화 포토존을 철거했다. 일각에서는 억측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에펨코리아에서 선동한 용산 전쟁기념관 손가락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8일 올라왔다. 

작성자는 “에펨코리아에서 전쟁기념관 포토존에 집게 손가락 모양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캡처 이미지를 첨부했다.

캡처된 이미지는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지난 6일 올라온 게시글이다. 해당 글에는 ‘집게 손가락’ 이미지가 국립 전쟁기념관 포토존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집게 손가락 모양은 여초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한다. 

관련 사진도 게재됐다. 무궁화 나무를 만지는 손 모양이다. 그 위로는 좌우가 반전된 태극기가 보인다. 게시글을 접한 일부 남성 네티즌은 의혹에 동조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태극기 좌우 반전이 손가락 모양을 방향에 맞게 넣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작성자는 “알고 보니 (포토존은) 2013년 작품이었다. 멀쩡한 설치물만 괜히 논란에 엮어 철거 됐다”며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비판했다.

전쟁기념관 포토존에 ‘남혐 손가락'?…도 넘은 억측 언제까지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커지자 전쟁기념관 측은 해명에 나섰다. 무궁화 포토존은 지난 2013년에 추가 설치된 것이라며 남성 혐오 의혹에 선을 그었다. 또 손가락 이미지는 무궁화 나무에 잎사귀를 다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좌우 반전된 태극기 모양은 “창공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무궁화를 실사 촬영하여 이미지 작업 후 출력한 것”이라며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 시기 등을 고려하면, 무궁화 포토존은 남혐 의혹 및 메갈리아와 무관하다. 메갈리아는 지난 2015년 8월 개설된 사이트다. 무궁화 포토존이 설치된 지난 2013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던 커뮤니티다. 

그럼에도 전쟁기념관은 무궁화 포토존을 철거했다. 전쟁기념관은 “모든 전시물을 조사해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발견 시 즉각 조치하겠다”며 “혹시 파악하지 못한 부적절한 이미지에 대한 제보를 받으면 검토 후 삭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관 포토존에 ‘남혐 손가락'?…도 넘은 억측 언제까지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 캡처.

일부 네티즌은 억측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손가락만 나오면 남성 혐오라고 단정 짓는 거냐”, “아예 눈에 보이는 손가락들을 다 없애야 할 판이다”, “이게 바로 만물 메갈설이냐” 등이다.

전쟁기념관 측의 대처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루 만에 포토존이 철거되자, 전쟁기념관 게시판에는 항의글이 빗발쳤다. “실체도 없이 애매한 음모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공공기관”, “일부 몰상식한 남성의 셍떼에 반응해주며 헛수고하는 전쟁기념관”,  “말도 안 되는 억지 들어주겠다고 국민 혈세가 들어간 작품을 함부로 폐기한 담당자 누구냐”는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남혐 손동작을 둘러싼 무분별한 억측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물론 국방부, 경찰 등 국가·공공기관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일 GS25의 캠핑 상품 홍보 광고 포스터는 남성 혐오 의혹을 받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포스터에 쓰인 손동작 모양이 메갈리아 손동작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GS25는 광고 포스터를 삭제한 뒤 자사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은 손가락 이미지를 사용한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로 옮겨 불었다. 일부 네티즌은 GS25를 공격한 잣대로 경찰에 항의했다. 이에 경찰청은 해당 홍보물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인기 여성 유튜버 ‘재재(31·본명 이은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상식에서 메갈리아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을 취했다”며 재재의 공중파 방송 출연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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