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사를 만나다]  “18살 크론병 발병에 공황장애까지…약 바꾸고 삶 달라져”

빈혈로 응급실 내원 후 진단, 생물학적제제 투여 후 5년째 관해상태 유지

기사승인 2021-06-10 04: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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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의사를 만나다]  “18살 크론병 발병에 공황장애까지…약 바꾸고 삶 달라져”
유화영(가명‧24)씨는 지난 2015년 6월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난치병인 크론병을 진단받았다. 7년째 유씨의 주치의인 이준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가 처음 입원했을 당시 예후가 좋지 않아 생물학적제제가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처음에는 크론병이 무슨 병인지도 몰랐어요.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고 저도 병을 숨겼죠. 공황장애 치료도 받고 지금은 괜찮아져서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려고 해요.”

9일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진료실에서 만난 유화영(가명‧24)씨는 지난 2015년 6월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난치병인 크론병을 진단받았다. 2~3개월간 혈변과 하루 4~5회 정도의 설사, 복통, 빈혈 등의 증상이 지속되다가 심한 빈혈로 쓰려져 2차 의료기관 응급실에 내원, 이후 전남지역 거점 병원인 조선대병원으로 전원돼 최종 판정을 받았다고 유씨는 회상했다.  

크론병은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으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 전체에 걸쳐서 어느 부위에서든 발병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대장의 점막층에만 염증이 생기는 반면, 크론병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및 장막층 등 장벽의 전층에 염증이 침범할 수 있어 경과가 좀 더 심각할 수 있고, 합병증 위험도도 더 높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환경인자와 몸 속 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크론병 환자는 2010년 7770명에서 2019년 1만8463명으로 약 2.37배 증가했다. 특히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국내의 경우에도 20세 미만의 발병률이 약 25%에 달한다. 지난해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유병 환자 수 및 발생 환자 수 모두 10~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론병의 주요 증상은 설사, 심한 복통, 식욕 감퇴, 미열 등인데, 소아청소년기는 성인과 달리 성장과 발달을 거치는 연령대이다 보니 성장 저하와 사춘기 지연이 나타날 수 있고, 학교생활이나 교유관계 등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이런 면을 감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 의사를 만나다]  “18살 크론병 발병에 공황장애까지…약 바꾸고 삶 달라져”


유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잘 모르는 병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찾아보니까 심각한 병인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도 많이 속상해했고 약해보이는 게 싫어서 친구들에게도 발병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며 “질병에 대한 부담도 있고 빈혈로 쓰러졌던 충격 때문에 공황장애가 와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7년째 유씨의 주치의인 이준 조선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가 처음 입원했을 당시 상태는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였다. 증상뿐만 아니라 내시경상으로도 항문 주위 협착, 소장과 대장의 다발성 궤양이 확인돼 소장과 대장의 중증 크론병으로 진단했다”며 “예후가 좋지 않고, 고등학생이라는 나이와 신분상 여러 상황적, 신체적,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증상이 악화된 시점에서는 생물학적제제 등 치료 옵션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기도 하고, 검진을 해 보니 염증이 많이 진행돼 기존 치료 약제보다 생물학적제제가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생물학적제제는 체내에서 생산돼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약물로, 기존 치료에 반응이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생물학적제제 투여 후 5년째 관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유병 사실 공개에 있어) 오픈마인드가 됐다. 교수님이 긍정적으로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생물학적제제 투여 후 크론병 증상도 나아졌기 때문”이라며 “올해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을 준비하려고 한다. 자격증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성 장질환의 트렌드를 바꾼 약이다. 수술률을 50% 이상 줄였고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며 “크론병은 초기에 질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효과 좋은 약을 써야 예후가 좋다. 다만,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제가 제한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대~20대 초반 환자들은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미래 등에 대한 두려움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괜찮다고 해도 밖에 잘 안 나오려고 한다”며 “올해 직업과 관련한 건강강좌를 열어볼까 한다. 그 일환으로 환자들의 명함을 받아서 모으고 있다. 크론병 환자들도 다양한 직업, 활동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ㄱ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