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3년, 현장 혼선 여전…연명의료 중단 등 이해 낮아

유수인 / 기사승인 : 2021-06-19 0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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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전 설명, 환자 의견 반영 불충분

김예진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의료사회복지사 제공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제도(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자신의 상태와 치료과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환자가 많지 않고, 연명의료 중단 기준 등을 두고 환자-의료진간 이견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18일 ‘의료기관윤리위원회/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3년을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존엄사법은 ‘연명의료’에 관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코로나19 유행에도 전국 AD 등록자수는 꾸준히 늘어 올해 5월 기준 누적 93만2320명을 기록했다. AD는 임종과정에 있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대해 직접 의사표현을 못할 때를 대비해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 본인의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문서다. 담당의사는 환자의 AD를 통해 확인한 뜻과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유보/중단, 구체적인 연명의료결정 이행항목을 가족과 논의해 결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기와 상태, 회생가능성에 대한 인식, 연명의료라고 생각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인식 차이 등으로 AD 작성자의 희망과 제도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김예진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의료사회복지사는 “의식이 없을 때,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때, 기계나 튜브 등에 의존하게 될 때 등 작성자마다 생각하는 치료 중단 시기와 상태가 다르다. 법에서 정하는 이행 시기와도 매우 다르다”며 “회생가능성을 회복가능성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다. 작성자들이 생각하는 회생가능성은 ‘일상적인(또는 의미있는) 삶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 “의료진이 생각하는 연명의료와 일반인인 작성자가 생각하는 연명의료 행위도 상이하다. 작성자는 경관영양공급, 단순산소공급, 기관절개를 모두 유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 부족, AD에 대한 의구심 등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현재의 단순한 서식으로는 ‘환자가 원치 않았던 상태’나 ‘피하고자 했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AD를 작성했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이행항목에 대해서도 의사의 소견과 가족의 의견을 어느 정도로 반영할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좌부터) 이진우 호흡기내과 교수, 하은진 신경외과 중환자전담 교수, 김범석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장,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 온라인 심포지엄 화면 캡쳐.


관련해서 이진우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존엄성이 강조된 임종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AD 작성자 가운데 자신의 질병과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게 될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문서를 작성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AD를 믿지 않게 된 계기가 있다. 절대 중환자실을 가지 않겠다고 밝힌 AD 작성자가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지자 AD 작성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임종기 환자에게 연명의료는 최악의 소식을 가족 내지 환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만큼 의료진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 부담을 덜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이 옳은 결정을 하고 있는지 보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AD 형식이 작성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전담 교수는 “AD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작성했는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너무 형식적이고 적은 선택지”라면서 “수혈, 항암제 투여, 기계호흡 등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행위들과 원하는 행위를 체크하는 게 전부다. 환자가 생각하는 삶의 질, 회복 후 상태까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형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해)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같이 만들어져야 제대로 된 의향서”라며 “특히 임종기에는 판단이 어려울 수 있으니 서포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 독려 및 의료기관 상황에 맞는 ‘표준운영지침’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장은 “의료인에게 연명의료결정법 적용과 법 이외의 어려운 의사결정 상황에서 상담, 자문 등을 통한 지원의 필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윤리위원회의 기능은 현장을 지원하는 상담 및 자문 기능 보다는 행정절차에 치중돼 있다. 운영상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AD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위원회가 없는 의료기관은 다른 의료기관의 윤리위원회 또는 공용윤리위원회와 업무의 수행을 위탁하기로 협약을 맺어야 한다. 

문제는 윤리위원회가 유명무실하거나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윤리위원회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초점그룹연구를 한 결과, 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는 ‘심의’이나 주요 업무는 심의와 상담이 아닌 ‘연명의료결정서식 등록’과 같은 행정업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윤리위원회 구성 후 심의가 한 차례도 없던 기관이 34%에 달했고, 연명의료와 관련된 상담은 공식적 자문보다 개인적 자문이 73%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위원회 활동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서식의 복잡성과 전산 체계의 부재와 같은 행정적 문제, 위원회의 경험과 전문성 부족, 전담인력의 부족과 같은 제도적 문제, 연명의료제도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인한 제도 및 위원회의 미활용과 같은 인식 문제가 있었다. 

그는 “기관의 특성에 맞는 윤리위원회의 표준운영지침이 수립된다면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요양병원 등을 대상으로 윤리위원회 설치를 독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윤리위원회는 총 304개 의료기관에 등록돼 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45개 기관 전부(100%)에서, 종합병원은 317개 기관 중 163개(51.4%) 기관에서 등록한 상태다. 반면 병원과 요양병원의 경우 각각 1.5%, 4.7%로 등록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는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요양병원 등으로 전원시, 환자 본인이 의향서 또는 계획서를 통해 의사를 밝혀두었을 경우라도 이행 불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요양병원, 공공의료기관, 300병상 이상 병원에 위원회 설치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