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발전하는 의사 서대철입니다.”
자신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서대철 부민병원 심혈관센터장은 심사숙고 끝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어린시절 자신의 심장을 수술한 의사 선생님을 보고 의사의 꿈을 키웠다. 치료 과정을 직접 경험했기에 서 센터장은 환자에 대한 공감과 열의가 각별하다. 17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그를 만나 지난 5월 새롭게 문을 연 심혈관센터에 대한 청사진을 들었다.
서 센터장은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서울부민병원으로 거취를 옮겨 심혈관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지난 5월6일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심혈관 조영술, 심혈관 성형술, 심혈관 스탠트 삽입술 등의 시술 역량을 갖췄다.
센터장님의 전공 ‘순환기내과’는 어떤 분야인가요?
온몸의 혈관을 모두 지켜내는 곳이 순환기내과입니다. 내과 중에서도 심근경색, 부정맥 등 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질환을 진료하는 분과입니다. 관여하는 부분은 크게 심장과 말초동맥 두 부류로 나뉘는데, 몸의 중심을 지나가는 대동맥을 제외한 모든 혈관이 말초동맥입니다. 순환기내과 내에서도 부정맥을 담당하는 파트가 있고, 저처럼 선천적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담당하는 파트가 있습니다. 흔히 언급되는 ‘심장내과’는 순환기내과와 같은 말입니다.
제가 전공을 시작한 201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순환기내과 의사가 지금보다 많은 편이었지만, 현재는 흔하지 않습니다. 보통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초음파와 시술 중 본인이 원하는 파트의 임상강사 과정을 밟습니다. 과거에는 시술 파트를 선택하는 인원이 10명 중 7~8명이 었다면, 최근에는 2명 수준으로 줄어든 경향이 있어 시술 파트의 의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힘들고 사람도 부족한 전공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5살 때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4개의 판막 중 하나가 좁아서, 이를 넓혀주는 수술을 했습니다. 당시 저를 수술한 분은 1세대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님이었습니다. 외래 진료를 갈 때마다 그 분의 책상에 놓인 명패의 ‘의학박사’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분처럼 환자들을 척척 치료하는 의학박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면, 이 교수님을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의사가 되고나서 소설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4년차 전공의로 근무했던 때였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이 우르르 이동하셔서 ‘뭐지?’ 싶어 달려갔는데, 어릴적 제 심장수술을 집도했던 교수님이 심장마비 환자로 응급차에 실려오셨습니다. 교수님은 흉부외과에 입원하셨고, 저는 순환기내과였지만 일주일을 꼬박 밤새 교수님 곁을 지켰어요. 중환자실 간호사 분들께 간식을 돌리면서 교수님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도 했죠.
주로 어떤 환자들을 진료하시나요?
심부전 환자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심부전은 심장수축력이 떨어지는 질환인데, 60~70%의 환자가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폐에 물이 차고 전신이 붓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투석을 받거나, 만성질환에 노출돼 있는 환자도 흔하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혈관 질환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도 있어요.
서울부민병원에 심혈관센터가 개소하기 전에는 환자들의 증상을 주로 약으로 조절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타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상황도 불가피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응급환자까지 센터에서 모두 치료합니다. 말초동맥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 부분을 뚫는 시술을 합니다. 향후 대동맥 질환을 진료하거나, 수술을 하지 않고 간단한 절개로 혈관을 통해서 시술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역량을 넓힐 생각입니다.

센터장님이 스스로 설정한 규칙과 신조가 궁금합니다.
환자에게 받은 신뢰의 무게를 항상 잊지 않고자 합니다. 제가 아파봤으니까 환자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가요.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알고 있기에 환자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시술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간호사인 아내가 가끔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시술을 할 때 의사들은 방사선에 노출되는데, 시술 중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퇴근을 하면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백혈구 수치가 8000대였다가 3000가까이까지 떨어진 적도 있어요. 시술을 하는 의사들은 모두 본인 몸을 희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때 느껴지는 보람이 이런 피로를 모두 녹이는 것 같습니다.
센터를 개소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처음 병원장님께 심혈관센터 구축을 제안 받았을 때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센터가 있는 상황에서 초빙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구상해 센터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대학 교수들도 가져보지 못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뛰어들었습니다. ‘내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환자를 살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도 계속 공부해서 새로운 기술을 센터에 접목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환자가 많이 늘어서 손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센터는 환자 1명을 치료하기 위해 4명이 한 팀으로 움직입니다. 전문의인 제가 외래 진료 중 응급환자를 시술하러 달려 나가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추후에 의료진을 충원해 시스템을 더욱 탄탄하게 쌓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센터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서울부민병원 심혈관센터가 강서구를 지키는 순환기 내과 ‘맛집’으로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센터가 없었을 때는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3차병원으로 보냈지만, 이제는 센터에서 환자에게 최선의 조치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가능한 시술을 실시할 역량이 갖춰졌습니다. 게다가 저는 부민병원 내과의 중 토요일에도 항상 출근하는 유일한 사람이고요, 환자가 부르면 달려가기 위해 병원에서 뛰어서 3분거 리로 이사했습니다.(웃음) 제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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