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언제까지 ‘호흡기’만 달고 연명할 것인가

박하림 / 기사승인 : 2021-07-16 07:47:05
+ 인쇄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 인터뷰 
“종합계획 부재가 지역경기 침체 장기화 초래…민간 창의성 최대한 확보해야”
독일 IBA 엠셔파크 프로젝트·에센시 졸페라인 광산지구 성공사례 ‘주목’

[강원=쿠키뉴스] 박하림 기자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먹고 살게 없어 수십만 명이 떠난 폐광지역. 이곳 폐광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확보하고자 1995년 3·3투쟁과 1999년 12·12투쟁으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제정이란 결과를 쟁취했다. 강원랜드도 폐특법을 근간으로 탄생했고, 폐광지역 경제의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 이후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카지노를 제외하고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폐광지역은 수십 년 간 이렇다 할 산업발전 없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올 3월. 2025년 만료 예정이었던 폐특법 시효가 2045년까지 연장됨으로써 다시 한 번 지역의 희망을 안겨줬지만, 이 또한 한시적인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셈일 뿐, 이곳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역의 운명을 결정할 탄광촌 재생 사업을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계획으로 추진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과 폐광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계획의 부재가 결국 지역경기 침체 장기화를 가져왔다.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은 “공공부문의 역할은 민간부문에서 할 수 없는 기반시설과 행정절차 지원을 위주로 하면서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확보하며 사업추진의 마중물 역할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공부문이 개별사업의 전 과정을 장악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향후 폐광지역의 미래발전 전략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과의 일문일답.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강원 남부 폐광지역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폐광지역. 먹고 살게 없어 떠난다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의 현실, 어떻게 보시나요.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모두 탄광촌 재생 사업이 개별 자치단체의 독자적인 계획으로 추진됐습니다. 다시 말해,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계획이나, 이 계획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재생사업과 같은 구상은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죠. 종합적인 추진을 위해 독일의 IBA 엠셔파크 유한회사와 같은 광역단위의 조직도 없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역 간 차별화된 순회관광코스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없고, 시너지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당연히 사업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사업의 지속성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통리탄탄파크와 오로라파크의 기대에 못 미치는 방문객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약 6년 동안 223억 원을 투입한 효과에 대해 주로 부정적 내용이 많았지만, 아직 여름철 휴가 성수기가 오지 않았고 코로나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애써 여유를 가져보는 상황입니다.

독일의 IBA 엠셔파크를 언급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요.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 1970년대까지 석탄이 주요 동력원이 되면서 탄광촌과 주변의 제철소 등의 공업지대가 경제성장의 핵심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채굴되는 석탄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는 등 경제성의 이유로 석유산업에 의해 밀려나는 한편, 동지역의 탈공업화로 인해 낙후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 인구가 줄고, 폐허화된 산업공간과 노후시설이 주변의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환경문제까지 야기되기도 했죠. 여기까지는 우리의 경우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대응방식은 사뭇 달랐습니다. 

독일의 라인강지류인 엠셔강 유역의 탄광·공업지대를 재생시킨 ‘IBA 엠셔파크’ 프로젝트는 폐광촌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는 국제건축공모전을 통해 설계제안을 공모하면서 엠셔강유역 17개 공업지역의 도시 재생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주된 사업목적은 지역환경 및 생태계복원, 산업시설 재활용, 관광수익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주민의 여가생활보장 등이었습니다. 기간은 1989년부터 10년간이며, 투입된 재원은 대략 3조3000억 원인데 이 중 1/3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충당했습니다. 

추진 주체로 주정부 산하에 ‘IBA 엠셔파크 유한회사’를 설립해 전체 사업지역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했고, 5개 테마 120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폐쇄된 탄광 및 철강관련 시설을 독특한 전시공간, 문화예술단지 및 공원‧레저시설로 리모델링함으로써 관광객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른 관광수익과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를 회생시켰습니다. 

에센의 경우, 2012년 기준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과 관광수익 780억 원, 일자리 1000개 창출 등의 계량화된 성과가 보고됐습니다. 더 나아가 에센시 졸페라인 광산지구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에센시가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강원 남부 폐광지역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파산을 맞은 일본 탄광촌의 사례도 주목할 만합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태백시 오투리조트개발 당시 2007년 개장 1년여 앞두고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파산원인과 실상을 비디오로 관람한 태백시 공무원들은 ‘타당성 없는 관광사업투자와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파산을 맞은 유바리시를 교훈 삼자’고 다짐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1980년대 주력산업이었던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박물관, 유원지, 스키장, 호텔 등의 관광산업을 위해 주민세금과 빚으로 과도하게 투자했지만, 결국 수백억 엔의 적자를 안고 2006년 파산하게 됐습니다. 

그 내용을 보고도 오투리조트는 4300억 원 넘게 투자된 후 투자금액에 턱없이 모자란 800여억 원에 처분되며 주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안겼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탄광촌 재생사업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탄광촌 사례는 아니지만 역시 강원도가 추진했던 알펜시아 리조트도 1조5000여억 원 투자된 후 7000여억 원 정도에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치단체가 전문성과 충분한 준비 없이 개발 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산하개발회사의 책임자를 전문성 없는 인사들로 채운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나간 과거를 탓하고 책임을 묻자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모든 정책의 집행 뒤에는 반드시 그 결과를 평가하고, 환류(피드백)해 다시는 앞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떤 조화가 필요할까요.
민간의 참여가 저조해지면 공공부문이 SOC를 건설하는 것 외에도 개별사업의 콘텐츠 선정 및 개발과 관리를 주도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역할은 민간부문에서 할 수 없는 기반시설과 행정절차 지원을 위주로 하면서,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확보하며 사업추진의 마중물 역할에 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공부문이 개별사업의 전 과정을 장악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


hrp11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