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와니 우툼마 아닌, ‘랑종’ 님으로 존재하려 했다” [쿠키인터뷰]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7-23 06: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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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랑종’ 스틸.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무당은 신을 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에서 반평생 바얀 신을 받든 님(싸와니 우툼마)은 ‘신을 보진 못해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가족 장례식에서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이 빙의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밍에게 깃든 악령을 퇴치하기 위한 의식을 준비한다.

배우 싸와니 우툼마는 불교 신자이지만,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을 실제로 겪은 뒤 초자연적 존재를 믿게 됐다고 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불교에선 신이 존재하는지를 확실하게 정의하지 않지만, 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면서 “그런 믿음으로 님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님은 바얀 신을 모시는 가문 일원으로, 무당이 되기를 거부한 언니 노이(씨라니 얀키띠칸)를 대신해 신내림을 받은 인물이다.

‘랑종’에서 님을 연기한 배우 싸와니 우툼마.
우툼마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연으로 ‘랑종’에 합류했다. 피산다나쿤 감독은 전작 ‘원 데이’에 출연했던 우툼마를 눈여겨 봤다가 러브콜을 보냈고, 우툼마는 여러 차례 오디션을 거쳐 역할을 따냈다. “오디션을 거듭할수록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어요. 나홍진·반종 감독님과 함께 일할 기회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역할을 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감독이 쓴 시나리오 원안은 “태국 무속신앙을 다룬 여느 영화와 차원이 다르다”는 인상을 줬다. 우툼마는 “흥미를 뛰어넘는 뭔가를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태국 무속신앙과 무속인을 직접 조사하고, 피산다나쿤 감독과도 회의를 거듭하며 님을 완성했다. 우툼마는 님을 “원치 않던 신내림을 받은 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존재”라고 설명하면서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관객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무시무시한 장면을 쏟아내지만, 촬영장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여러 연령층이 가족처럼 어울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우툼마는 밍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퇴마 의식 장면에선 군몽콘켓이 뿜어내는 힘과 기운이 우툼마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며 감탄했다. 2000년생인 군몽콘켓은 14세에 CF로 데뷔해 TV 드라마에 주로 출연한다가 ‘랑종’으로 영화 주연 자리를 꿰찼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왼쪽)과 싸와니 우툼마. 
악령에 빙의된 밍이 펄펄 끓는 에너지로 폭주하는 동안, 님은 떨리는 얼굴 근육에 두려움을 숨긴 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낸다. 러닝타임 내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여준 그이기에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인터뷰가 더욱 충격이고 절망적이다. 나 감독은 님을 통해 믿음을 회의한다. 배우 입장에선 연기하기 가장 까다로운 장면이었다.

“어려웠고, 그만큼 희열도 컸어요. 원래 시나리오는 단어가 조금 달랐는데 반종 감독님과 끝없는 상의한 끝에 영화 속 대사를 완성했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희망과 믿음이 사라진 순간의 절망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연기하지 않는 듯 연기했습니다. 그 대사를 말하던 순간엔 싸와니가 아니라, 님으로 존재하려 했습니다.”

15세에 연기를 시작해 연극 무대에서 35년 간 경력을 쌓았다. 우툼마의 이름엔 ‘무대의 여왕’이라는 애칭이 뒤따른다. 우툼마는 이런 찬사가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순간에 충실하자’는 철학으로 배역을 입는다. 우툼마는 “주어진 시나리오를 깊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보여주는 것이 좋은 연기”라면서 “제가 맡은 역할과 연기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