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우려에도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추진 이유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지속 성장...경쟁 치열, 대규모 투자 재원 필요
‘물적분할’ 방식 선택...지배구조 강화 효과도
배터리 자회사 IPO 시점은 아직 미정

기사승인 2021-08-06 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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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 우려에도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추진 이유는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와 석유개발 사업부를 물적분할한다. 주가 하락 우려에도 물적분할 한 것은 치열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글로벌 시장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2020년 282억3166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8.48%로 증가해, 2025년에는 659억2408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각 글로벌 배터리사는 앞 다퉈 재원 확보, 기술개발에 박차고 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기술 역량 확보가 필요함에 따라서 분사 결정을 했을 거란 분석이다. 

또한, 글로벌 배터리사들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성능이 대부분 일정 수준에 오름에 따라 생산량을 늘리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분사의 목적은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할 경우 적시에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치열한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주가하락 우려에도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추진 이유는
자료=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앞서 배터리 부문 분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일 열린 스토레데이 행사에서 “성장의 축을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배터리 중심으로 전면 이동하겠다”며 “배터리 사업과 함께 석유개발사업(E&P)에 대해 분할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이 당시 분사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대비 8.8% 떨어지며 급락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 분할이 의결됐다고 공시한 4일에도 주가는 3.75%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분사를 결정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초 분사 소식을 전한 지 한 달여 만에 물적분할 방식을 택해 의결한 것은 그룹사의 지배력 확보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인적분할 경우에는 그룹 지주사 SK㈜가 배터리 자회사의 지분을 33.4% 소유하는데 그치지만, 물적분할 시에는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배터리 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일반주주들은 분할되는 자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해 인적분할의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적분할의 목적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적극적인 투자재원 마련”이라며 "“지주사 할인 요인 발생 등 일부 불확실성 요인이 있으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고려한다면 물적분할은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고성장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소요되는 투자금은 대부분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또는 차입 등으로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주주가치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배터리 자회사는 10월 1일 출범을 계획하고 있으며, 분할과 관련된 주주총회는 내달 16일 열린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원 확보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는 내년 무렵이 될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his11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