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되감기②] 힘 잃은 태권도·유도, 웃지 못한 축구·야구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08-12 07:00:03
- + 인쇄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8일 17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종합 순위 1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도쿄에 입성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6위로 일정을 마쳤다. 이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이다.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태권도와 사격 등은 예상 보다 주춤했으며,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와 축구는 나란히 ‘요코하마 참사’를 겪으며 고개를 숙였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는 이대훈.   연합뉴스
◇ 사상 최초의 투기종목 ‘노 골드’… 전통 효자종목이 저문다

기대에 부응한 종목과 깜짝 활약한 종목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종목들도 있다. '국기' 태권도가 대표적이다.

한국 태권도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단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은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25)이 은메달, 남자 80㎏ 초과급 인교돈(29)과 남자 58㎏급의 장준(21)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훈(29)의 빈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자 48kg급 심재영(21)과 여자 57kg급 이아름(29)도 각각 8강과 16강에서 탈락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에서 한국이 노골드로 대회를 마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하계종목에서 양궁(금메달 27개)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일군 태권도(금메달 12개)의 노메달은 충격적이었다.

‘노 메달’ 이유로는 태권도의 세계화로 각국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된 점이 꼽힌다. 태권도가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스포츠 환경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 가입국은 모두 210개. 국제축구연맹(FIFA·211개국)에 이어 가장 많다.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서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이탈리아, 타이, 미국, 우즈베키스탄에서 각각 1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번 대회 때 태권도 종목에서 메달을 가져간 나라는 무려 21개국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5일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도 남자 100㎏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딴 조구함.   연합뉴스
유도는 역대 하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43개(금 11개, 은 16개, 동 16개)의 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노 골드' 수모를 씻고자 나섰던 유도 대표팀은 또다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이후 4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한국 유도는 넓은 저변에도 불구하고 체급 내 경쟁 구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종주국 자존심을 지킨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은 15개 종목 중 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으며, 총 12개의 메달을 손에 쥐었다.

코로나19의 변수도 컸다.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훈련과 실전 감각 부족이 경기력 저하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1년 반 이상을 실전 없이 보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격리를 감수하고 실전 기회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패배 후 아쉬워하는 류한수.   연합뉴스
레슬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슬링은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76 몬트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45년 만이다.

한국 레슬링은 세계 무대에서 신체적 열세를 딛고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걸출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 세대교체가 가능한데 스포츠 선수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33세의 류한수가 간판 선수로 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대회 투기 종목들의 부진에는 지난해부터 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장 컸다. 비교적 국제 대회 환경이 무난했던 유럽이나 미주 등에 비해 한국은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막혔다. 태권도의 경우 약 1년 6개월 동안 대회 경험이 없었다. 그나마 대회가 끝나고 귀국하면 2주 자가격리로 훈련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특히 레슬링은 국외 대회에 참가했다가 대표팀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걸린 바람에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단 두 장만 얻은 게 부진의 결정타였다.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김현우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탈락 후 아쉬워하는 진종오.   연합뉴스
◇ 강세였던 사격·배드민턴·탁구도 고개 숙여

‘사격 황제’ 진종오(41)를 앞세워 대량 메달 획득을 노렸던 사격은 김민정(24)이 가져온 은메달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통산 6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2개)을 수확한 진종오는 양궁 김수녕(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과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로 이번에 새로운 기록 달성을 노렸지만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의 이용대-이효정에 이어 13년 만에 금빛 스매싱을 노렸던 배드민턴 대표팀은 여자 복식의 김소영(29)-공희용(25)의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쳤다.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결승전 맞대결 성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두 팀 다 준결승전에서 패배, 동메달 결정전을 치렀고 김소영-공희용이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탁구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똑같이 남자 단체전 4위, 여자 단체전 8강에 머물렀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탁구 종목이 정식으로 채택된 뒤 28년 만에 리우에서 ‘노 메달’ 충격을 맛본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수준과 격차를 실감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신유빈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있었지만, 남자 대표팀 이상수와 정영식, 여자 대표팀 전지희 등 리우 대회의 주축 선수들이 상당수 나선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놓치자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전통 강세였던 종목들의 부진에 대해서는 앞으로 각 연맹 관계자와 체육회 전무가들과 함께 사심 없이 회의를 하려고 한다"며 "너무 안주했다. 모든 것을 성찰하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계획을 밝혔다.

올림픽이 끝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김학범호.   연합뉴스
◇ 최악으로 끝난 축구와 야구

한국 야구와 축구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은 악몽의 무대가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노렸던 '김학범호'는 8강 멕시코전 대패(3대 6 패배)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조별리그 B조 1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던 축구 대표팀은 이후 루마니아(4대 0 승), 온두라스(6대 0 승)를 완파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수비진 붕괴 끝에 무려 6골을 내주며 대패, 충격을 안겼다. ‘요코하마 참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참담한 결과였다.

한국은 와일드카드 선발 과정에서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했던 수비수 김민재의 부재가 못내 아쉬웠다. 소속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본 출국 하루 전까지 '기대'만으로 버텼던 김학범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출국 하루 전날 실전에서 호흡 한 번 맞춰보지 못한 박지수(김천 상무)가 대체 발탁됐다. 박지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쉬움을 날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른 와일드카드였던 공격수 황의조는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미드필더 권창훈 또한 활약이 미미하면서 김 감독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확고한 베스트11을 정해두지 않고 변칙적인 전술에만 매달린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기도 했으나 훌륭한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직면하며 대회를 마쳤다.

그나마 이동준과 이동경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본 것은 위안이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패배한 뒤 좌절하는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많았던 '김경문호'는 예고된 참사를 겪었다.

야구대표팀은 6개 팀 중 4위라는 참혹한 결과를 받았다.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부터 패하며 출발이 불안했던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등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가장 중요한 한일전 완패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준결승 패자전에서 마운드 붕괴와 타선의 침묵 속에 미국에 완패했고,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참담한 역전패를 떠안았다.

대회 직전 부터 갖은 논란에 시달리던 야구 대표팀이다. 대표 선발 과정서 박민우, 한현희 등이 음주 파문 등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선수들이 선발되지 않으면서 잡음이 발생했다.

대회에서도 순탄치 않았다. 양의지, 강백호 등은 대표팀 '4번 징크스'를 깨지 못했고, 조상우·고우석 등은 계속되는 등판으로 과부하가 걸리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타석에게 공략당했다. 이외에도 늦은 선수 교체 등 답답했던 김경문 감독의 선수 운용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야구 대표팀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준결승전이 끝난 뒤에 김경문 감독이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공분을 샀다. 강백호는 동메달 결정전 도중 더그아웃 펜스에 몸을 기댄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태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국민들이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