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되감기③] 대회 강행에 日 휘청… 최악의 올림픽으로 남을까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08-13 0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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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8일 17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1년 늦게 무관중으로 치러진 ‘이례적인 올림픽’으로 세계에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희화화하는 과거 동영상으로 논란이 된 도쿄올림픽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가 지난달 22일 해임됐다. 사진=연합뉴스
◇ 개막 전부터 논란 투성… 선수촌 시설은 최악

거센 논란 속에 개막을 강행한 ‘2020 도쿄 올림픽’은 개막 직전부터 각종 사건·사고에 몸살을 앓았다.

‘2020 도쿄 올림픽’ 전기 기술 스태프인 영국인과 미국인 등 총 4명이 코카인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올림픽 조직위 아르바이트생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남성 대학생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또 개막식 나흘 전에는 개·폐회식 음악감독이었던 일본 음악가 오야마다 게이고가 학창 시절 장애가 있는 반 친구를 수년간 괴롭힌 사실이 논란이 돼 해당 자리를 내려놨다.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는 개·폐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가 해임됐다. 과거 유대인 대학살을 콩트 소재로 삼은 영상이 SNS에 퍼져 비난을 받은 탓이다.

결국 이번 개막식은 침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웃고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다지만 이전 대회들의 개막식보다 떨어지는 수준에 혹평이 잇달았다.

영국 정치매체 폴리틱스의 편집장인 이언 던은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것과 같았다. 자국 정서를 고려해 절제한 건 알겠는데, 전 세계인들을 고려해 조금은 즐겁게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엉뚱하며, 흥미진진한 나라 중 하나인데, 이 개회식이 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골판지로 제작된 선수촌 침대. 사진=AP 연합
선수촌 시설도 대회 내내 논란거리였다. 선수들은 불편한 시설에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골판지 침대’는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골판지로 만들어진 선수촌의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성관계 방지) 침대'라고 표현했다. 미국 장거리 육상선수 폴 첼리모는 자신의 SNS에 “누가 소변이라도 보면 골판지가 젖어서 침대가 내려앉을 것이다.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 역도 국가대표 진윤성도 선수촌 침대의 프레임이 찢어진 모습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좁은 욕실과 화장실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TV와 냉장고가 없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올림픽조직위훤회는 “기본적으로 냉장고와 TV는 유상 대여 대상”이라며 돈을 내야 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놔 선수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세탁 문제도 선수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세탁실이 적어 1~2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생기고, 세탁물을 분실해 5일 만에 찾는 불상사가 계속되자 선수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세탁물 분실 소동을 겪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세탁소 창고를 뒤진 끝에 겨우 유니폼을 찾았다.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밖에서 시민들이 올림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버블은 비교적 조용했지만… 코로나19에 뚫린 도쿄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선수촌 내 선수 및 대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총 60만건의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으며, 선수 29명을 포함한 대회 관계자 400여명이 확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단이나 취소 없이 대회가 마무리됐다. 우려했던 선수촌 내 대규모 집단감염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카무라 히데마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운영 총괄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양성률이 낮은 것은 안전성이 확보된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엄격한 방역 대응이 선수촌 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버블’ 밖의 일본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지난 7일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도쿄 4566명을 포함해 총 1만5753명으로 나흘째 최다치를 경신했다.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23일의 확진자 수(도쿄 1359명, 전국 4225명)와 비교하면 2주 만에 도쿄 3.4배, 전국은 3.7배 증가한 수치다.

현재 일본에는 도쿄 등 6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발령됐다. 홋카이도 등 13개 도시에는 아래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발령된 상황이다. 기간은 이번 달 말까지로, 24일 시작하는 패럴림픽 역시 개최도시 도쿄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태로 열리게 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의 영향이며 올림픽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 감염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올림픽으로 들뜬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분과회 오미 시게루 회장은 올림픽으로 국민들의 경계감이 느슨해진 것이 확산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 빚더미에 눌린 일본… 적자만 41조?

일본 정부가 이번 올림픽으로 떠안아야 할 비용은 역대 올림픽 중 최고 수준으로 전망된다. 대회가 취소될 경우 천문학적 위약금 등을 우려해 개막을 강행했지만, 무관중 개최 등으로 적자 폭을 메우지 못했다.

일본이 올림픽 개최를 위해 쓴 총비용이 당초 추산의 2.5배에 이르는 4조엔(약 41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경기장 건설비용, 대회 준비, 1년 연기에 따른 추가 부담 등 올림픽 직접 경비가 총 1조 6440억엔(약 17조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추가적으로 1조 4000억엔(약 17조 5560억 원)을 더 투입했다.

여기에 전체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티켓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에게 판매된 올림픽 입장권은 363만장에 달했고, 무관중으로 치러짐에 따라 티켓 전량에 대한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900억엔(약 9424억원)에 달한다.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글로벌 잔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여행은 물론 일본 내 소비 진작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한 민간 연구소는 무관중, 관광객 입국 금지 등으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수입에서 총 1309억엔(약 1조3666억원)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9일 이도쿄올림픽·패럴림픽 경제효과가 1조 6771억엔(약 17조 3915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조엔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1조 6771억엔의 경제효과를 보더라도 5129억엔(약 5조 3187억원)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도쿄올림픽의 총 비용이 최대 280억 달러(약 32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두 배 수준이자, 동계‧하계 올림픽 통틀어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대회를 강행한 마지막으로 믿은 구석이었던 TV 중계권료였다. IOC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 인구가 적을 것으로 내다봤고 반사이익으로 올림픽의 시청률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TV 중계에서도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로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도쿄올림픽의 개회식을 약 1670만 명이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년 전인 2016년 리우 올림픽(2650만 명)보다 37% 줄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4070만 명)보다는 59% 감소한 수치다.

무리한 상황 속에서 올림픽을 강행한 스가 요시히데에 대한 일본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9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발표된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로 지난해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추락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