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7일만에 '국정농단'서 벗어난 이재용···"큰 걱정 끼쳐드려 죄송"

美 반도체 투자 탄력 전망···'불법 합병' 의혹 등 사법 리스크는 여전

기사승인 2021-08-13 15:43:53
- + 인쇄
1627일만에 '국정농단'서 벗어난 이재용···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광복절을 앞둔 13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출소 후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심사위원회는 지난 11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 부회장을 포함한 가석방 예정자들에 대해 보호관찰 결정을 내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4년여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구속과 집행유예, 또다시 구속을 번갈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5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이 시작 된지 1627일만이고,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 선고로 법정구속 된지 207일 만이다.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으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1월. 당시만 해도 이 부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후 최서원)에게 298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28일 구속기소했다.

1627일만에 '국정농단'서 벗어난 이재용···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광복절을 앞둔 13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출소 후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심사위원회는 지난 11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 부회장을 포함한 가석방 예정자들에 대해 보호관찰 결정을 내렸다. 곽경근 대기자
파기환송전 1심은 전체 뇌물액 중 일부(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인정한 뇌물액의 상당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형량을 1심보다 낮은 징역 2년 6개월의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이 부회장은 풀려났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뇌물액은 1심 89억원, 2심 36억원, 대법원 86억원으로 바뀌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삼성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제안하면서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삼성은 2020년 1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켜 준법감시경영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사위원회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파기환송심 1년 4개월만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실효적인 준법감시는 법적인 평가로 시작하는 것인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 예방과 감시 활동을 하는 데 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형을 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 부회장이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2022년 7월까지 구치소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 10일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고,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구속 207일 만인 이날 풀려났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자 재계 안팎은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앞서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회견에서 선언한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을 지켰다. 사실상 이 부회장의 첫 경영 행보라고 재계 일부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당장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지역으로 유력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와 현지 반도체 공장 유치에도 탄력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업제한으로 인한 경영복귀 문제와 보호감찰 등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삼성물산 불법 합병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만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다시 재수감 될 우려도 있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