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패배, 데프트-쵸비는 올 여름 가장 밝게 웃었다 [LCK]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09-03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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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환하게 웃고 있는 김혁규(왼쪽)와 정지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LCK 중계 캡쳐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5세트 접전 끝 패배. 그러나 ‘데프트’와 ‘쵸비’는 올 여름 가장 밝게 웃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2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선발전에서 T1에게 2대 3으로 패했다. 한화생명의 ‘미라클 런(기적의 여정)’도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생명은 이날 패배로 인해 4시드 신분으로 롤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4시드 팀은 오는 9월말 열리는 롤드컵을 예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참가하는 팀은 해외 체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져 컨디션 관리가 힘든 데다가, 스크림(연습 경기) 상대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많은 팀들이 플레이-인에서부터 대회를 치르는 것에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한화생명의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와 ‘쵸비’ 정지훈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밝았다. 둘은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개인 장비를 챙겨 경기장을 떠났다. 

패배 팀에겐 인터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이에 대해 질문할 순 없었지만, 만족감과 후련함이 엿보인 표정에서 이들이 웃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DRX 소속으로 함께 뛰며 롤드컵 8강을 합작한 김혁규와 정지훈은 올해 한화생명에서 다시 뭉쳤다. 리그를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와 미드라이너답게 주축이 돼 팀을 스프링 시즌 3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기대감을 갖고 맞이한 서머 시즌은 녹록치 않았다. 팀의 전반적인 문제가 겹치며 김혁규와 정지훈도 흔들렸고, 10개 팀 중 8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롤드컵 진출이 좌절되는 듯 했지만, 한화생명은 김혁규와 정지훈의 분전으로 T1과의 최종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하며 누적 포인트 4위에 올라 기적적으로 한국 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어냈다. 

선발전에 출전한 한화생명은 기적을 써내려갔다. 1라운드 리브 샌드박스(정규 5위)를 3대 1로 꺾은 데 이어 2라운드엔 농심 레드포스(정규 3위)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보란 듯이 롤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서머 시즌을 8위로 마무리할 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정이었다.

이날 결승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3세트부터 저력을 발휘, 플레이오프(PO) 준우승팀 T1을 5세트 벼랑 승부까지 몰고 가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깝게 승리를 거머쥐진 못했지만 팬들은 한화생명이 보여준 확 달라진 경기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뛰어난 집중력과 기량을 앞세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친 김혁규와 정지훈도 비로소 굳은 표정을 풀고 환하게 웃었다.

한화생명은 짧은 휴식 뒤 유럽으로 건너가 다시금 험난한 여정과 마주한다. 그러나 벼랑 끝에서 더욱 단단해져 돌아온 팀이다. 무엇이 두려울까. 여름보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가을이 온다. 김혁규와 정지훈의 웃음을 보면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그리는 이는 결코 당신뿐만이 아닐 터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