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생활비 빠듯" 일 고픈 주부들, 배달 알바 체험기

임지혜 / 기사승인 : 2021-09-06 0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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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쉴 틈 없이 일해 배달 4건
고객 요구사항 체크 잘해야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아, 길 잘못 들어왔다. 이러다 냉면 불겠네!"

한 주택가 골목길에 급하게 주차를 하고 허겁지겁 뛰었다. 냉면 집에서 약 2.3km 떨어진 고객의 집에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길을 헤매다 어렵게 찾은 빌라 입구가 공사로 봉쇄된 모습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혹시 집을 잘못 찾은 걸까"란 고민에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기자의 SOS(?)에 직접 입구로 나온 고객에게 안전 가림막 사이로 음식을 전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배달음식 수요가 늘면서 용돈벌이로 제격이라는 소문에 많은 주부가 배달 알바에 뛰어든다고 한다. 정말 단건 배달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가 있는 점심시간에 기자가 직접 배달을 해봤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2시간 동안 2만5690원 벌어…"쉴 틈 없다"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12시40분 약 2시간가량 경기도 안양시 일대에서 배달을 했다. 대부분 가정의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이전 시간이다. 쿠팡이츠(쿠팡), 배달의민족 등 여러 플랫폼 중에 쿠팡을 이용했다.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기자는 자동차 배달을 선택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기도 하고 비 소식이 있던 탓에 자동차를 이용했다. 어디까지 배달지가 배정되는지도 궁금했다. 

배달 시작에 앞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을 설치하고 간략하게 신상정보를 입력한 뒤 PC로 안전보건교육(특수형태근로종사자교육)을 시청했다. 보랭가방까지 챙기면 배달 파트너가 되기 위한 준비는 끝이다. 쿠팡이츠는 교육 수강 완료 시 2만원의 수강완료비를 지급한다.

'띠리링' 첫 콜(배달 요청)이 울렸다. 배달 앱을 활성화 시킨 지 약 10분여만이었다. 거주지 근처 햄버거 가게로 위치도, 점주도 잘 아는 곳이었지만 왠지 긴장이 됐다. 햄버거 세트 3개를 3.3km 거리를 달려 첫 배달을 완료했다. 배달 주문을 받고 음식을 픽업, 배달을 완료하는데 약 30분가량이 소요됐다. 첫 배달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건당 2500원과 배달거리 할증을 포함해 3760원이다. 

두 번째 배달은 오전 11시 10분을 넘긴 '피크시간(11시15분~12시25분)'대로 건당 금액이 두 배 이상(6500원) 올랐다. 총 2.9km 거리를 달려 배달을 완료했는데 7060원을 벌었다. 

두건의 배달을 마치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물 마실 시간도 없었다. 배달 알림이 뜨면 재빨리 '수락'했다. 알림을 놓쳤다간 또 다른 알림이 오기 전까지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배달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떡볶이집이었는데 입구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가게와 다소 먼거리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음식을 픽업할 수밖에 없었다. 습한 날씨에 온몸에 땀은 차오르고 마스크는 답답했다. 고생의 대가는 6560원으로 돌아왔다. 

네 번째 배달은 인근 지역인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식당에서 안양시 고객의 집으로 이동해야 하는 콜이었다. 이전 배달들과 비교해 픽업, 배달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편으로 8310원(배달거리 6.5km)을 벌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 알바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배달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난 오후 12시40분 앱을 비활성화시켰다. 이날 총 4건을 배달했으며 각 배달 당 약 5분 내의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했다. 총 17.8km를 이동했으며 총 수입은 4만5690원, 원천징수세액 3.3%를 제외하면 4만4183원이다. 

이중 안전교육 이수로 받은 2만원을 제외하면 배달 수입은 2만5690원(원천징수세액 제외시 2만4843원)을 이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2845원이다. 2948원가량의 기름값을 제외하면 1만원 안팎으로 벌어들였다. 1시간 동안 최소 2~3건은 수행해야 시간당 최저임금(8720원)을 넘어선다. 

 배달중인 모습.  사진=임지혜 기자
◇"생활 빠듯해서" "운동 삼아" 거리로 나오는 주부들

기자가 배달 체험에 나선 건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용돈벌이' '아르바이트'가 주요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수입은 줄어들었는데 장 한 번 보기 두려울 정도로 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주부들이 늘었다. 

또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여름방학으로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해 잠시 '여유'가 생겨 그 시간 용돈벌이, 운동을 할 겸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시간, 운송수단 등에 큰 제약 없이 소일거리로 일할 수 있는 배달 알바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배달 전용 모바일앱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은 지난해 기준 여성 배달원 비중이 28.8%였다.

한 주부는 배달 대행 관련 카페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만 하며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부업으로 배달하면서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면서 "비록 몇 건 안하지만 집 밖에 나가 잠시나마 사람도 만나고 뭔가를 한다는 게 참 보람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도 "어렵게 집 장만하느라 많은 대출을 받아 갚아 갈 걱정이 많았다"며 "본업이 있는 남편과 주말에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내가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배달 수요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비용.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
◇"절대 쉽지 않다"…고객 요구사항 체크 잘해야

원하는 시간, 소소한 알바로는 주부들에게 좋은 선택지일 수 있으나 어려운 점도 많다. 배달 알바를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수단을 이용해 배달할지와 배달 시간을 잘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이륜차, 킥보드 등 보다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 도보로는 1시간에 여러 콜을 받기 어렵다. 배달 피크시간에는 요청이 많은 만큼 순발력이 생명이다. 자칫하면 콜을 놓쳐 다음 배달 알림이 올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로 배달을 할 때엔 주차 공간을 확인해야 해 불편함이 있었다. 

기본 배달비의 경우 시간대별로 다르다는 것도 참고하자. 피크시간에는 식당·카페 등에 주문이 밀려 들어오기 때문에 오배송을 피하기 위해 계산 영수증에 적힌 번호와 앱에 든 번호를 잘 비교해 동일한 주문인지 확인 후 배달해야 한다. '문고리에 음식을 걸어달라' '집 앞에 놓아달라' '벨을 누르지 마라' '사진을 보내달라' 등 고객의 요구사항도 잘 체크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배달 파트너 평가에서 '싫어요'를 받을 수 있다. 평점이 낮아질수록 배달 배정을 받기 어렵다. 

예상 거리와 시간도 현실과 다르다. 건물 출입이 쉽지 않은 곳도 있었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늘 시간이 부족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수년간 배달 라이더로 일한 주부 최모씨는 "길이나 번지수를 찾는 게 처음엔 익숙지 않아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같은 동네를 여러번 다니다 보니 수월해졌다. 배달 앱을 통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데다 열심히 하면 시간당 1만원 이상은 벌 수 있어 아이를 키우며 적당히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