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에 주목하는 배터리 업계···이유는

전기차 따라 뜨는 폐배터리 시장···"미래 먹거리 산업 주목"
정부, 관련 법령 정비 및 폐배터리 수거 거점 마련 등 지원

기사승인 2021-09-04 06: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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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에 주목하는 배터리 업계···이유는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사진제공=삼성SDI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급격하게 커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폐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점찍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0년 172억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6.1%로 증가해 2025년에는 2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시장이 커질수록 폐배터리량도 늘어나 이를 그대로 폐기할 경우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재활용·재사용하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폐배터리에 포함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은 배터리 제작의 핵심광물인데 희귀하다.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는데 전기차 배터리 공급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원재료를 확보하면 배터리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회수한 폐배터리를 고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 전용하는 ‘재사용(Reuse)’과 폐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recycling)’이다.

현 기술 수준에서 두 방식 중 ‘재사용’ 방식이 접근이 쉽지만, 향후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원료 추출을 통한 재활용 방식이 제조업체에게는 가장 효과적이고, 사업성이 있다.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이차전지 자원순환 시장은 2019년 기준 15억 달러(약 1조7300억원)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181억 달러(21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8.2% 성장이 전망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유수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술 주도권 선점을 위해 관련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폐배터리'에 주목하는 배터리 업계···이유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Battery Metal Recycle, BMR)’ 사업을 본격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기한이 다한 폐배터리가 시장에 나올 것을 대비해 자동차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중심으로 배터리업체, 리사이클 업체간 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에 적극적이다.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미국 합작공장의 폐배터리 재활용 협력에 나서는 한편, 유럽 폴란드나 한국 오창 등 다른 공장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유수의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에는 현대자동차·KST모빌리티 등과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ESS 재사용(Reuse)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Battery Metal Recycle, BMR)’ 사업을 성장시켜 올해 연말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험 공장을 건설해, 상업 가동에 돌입하겠단 계획이다. 지난 7월 1일 스토리데이에서 사업 방향성을 제시한 데 이어 배터리 분사 공식화 당시에는 BMR 사업을 미래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에서 배터리 3사 중 가장 앞서있다.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미 확보했다.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은 화학적으로 강하게 결합된 리튬과 금속들의 구조를 끊어내는 것인데 폐배터리 재활용에 있어서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천안 및 울산사업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은 국내 재활용 전문 업체를 거쳐 공정을 통해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하며, 이를 소재업체가 전달받아 삼성SDI의 원부자재로 재투입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에만 한정돼 진행 중이지만, 향후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거점에서도 유사 형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폐배터리 활용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기업들의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업계의 고충을 반영해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K-배터리 발전 전략'에 ▲전국 4개 권역 거점수거센터 구축 ▲폐배터리 성능·안전성 평가를 위한 '사용후 이차전지 산업화 센터' 확대 등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른 절차로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전기차 폐배터리 등을 회수해 재활용하기 위한 거점수거센터를 전국 4개 권역에 설치했다. 거점수거센터는 내년부터 정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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