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절벽에 선 소상공인 “이젠 ‘대출’보다 ‘매출’ 절실해”

추석대목·국민지원금 지급에 전통시장 ‘숨통’
추가 대출공급 두고 냉소적 반응
소상공인, 거리두기·기준금리 인상에 ‘이중고’
“거리두기 완화·대출만기 연장 절실해”

기사승인 2021-09-15 06:10:02
- + 인쇄
[기획]절벽에 선 소상공인 “이젠 ‘대출’보다 ‘매출’ 절실해”
영등포전통시장이 추석대목과 국민지원금 지급의 효과로 간만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코로나19 대출이요? 안받은 사장님들 없을걸요? 여기 근방 다 돌아다녀보세요 안받은 사람들 있는지 없는지…이젠 더 (대출을) 받기도 싫고, 갚고 싶어도 버티는게 고작입니다”

지난해 3월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유행이 벌써 1년 반이나 지나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남았다.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출을 공급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왔지만, 이제는 대출마저도 ‘한계’라며 ‘매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상인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4일 양일간 기자가 방문한 영등포 전통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다음주면 민족대명절인 추석임에도 시장을 찾아온 고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지난 9일과 비교하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은 어느정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획]절벽에 선 소상공인 “이젠 ‘대출’보다 ‘매출’ 절실해”
전통시장 인근 식당에서 국민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추석 대목·국민지원금 지급에 ‘살짝 숨통’…“그마저도 잠시 뿐”

전통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60세)는 그나마 요즘은 시장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국민지원금 덕을 보고 있다는 것. 최 씨는 “지난주에는 국민지원금을 카드로 받은 고객들이 많다 보니 전통시장 방문객들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이번주부터 국민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은 장·노년 어르신들이 꽤나 많이 오고 있다”며 “지금 잘나가는 물품들은 선물세트들이 주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만에 찾아온 호황이지만 최 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당시와 마찬가지로 ‘반짝’ 매출 증대 이후 금방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최 씨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추석 대목과 비교하면 지난해는 절반 이하의 매출에 그쳤다”며 “올해는 그나마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와 추석이 겹쳐서 낫겠지만, 당장 10월 들어서면 평상시대로 돌아올게 뻔하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석특별자금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편성자금 규모는 1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났다. 특별자금 뿐 아니라 연매출 5~30억원 범위의 37만개 중소 가맹점에 대해 별도 신청 없이도 추석 연휴 중 발생한 카드 결제대금을 신속히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였다. 시장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모씨(50세)는 
“대출을 또 받으라는 것은 먹고 죽으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함 씨는 “이 근방 가게들 다 돌아다녀보면 (소상공인 긴급 대출) 안 받은 사람들이 없다”며 “내 경우에는 1차부터 3차까지 모두 받아서 대출만 3000만원이 넘어가는데 또 받았다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획]절벽에 선 소상공인 “이젠 ‘대출’보다 ‘매출’ 절실해”
소상공인연합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이젠 ‘대출’보다 ‘매출’ 필요합니다…소상공인들의 절박한 ‘목소리’

실제로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의 대출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1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27조1000억원) 증가했다. 

소상공인 대출의 증가 추이는 금융당국이 ‘요주의’ 하고 있는 가계대출보다 빠르다. 같은기간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5.8%로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보다 1.2%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개인사업자대출은 1년8개월여 사이 무려 74조6000억원 늘었다. 해당 수치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가계대출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처럼 소상공인들은 늘어난 대출에 더해 그간 동결되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부담도 늘어나는 ‘이중고’에 빠지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이 5조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연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사실상 0.5%p가 증가하는 만큼 소상공인들의 이자부담은 2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소상공인들은 이젠 ‘대출’보다 ‘매출’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비대위 탄압 중지 ▲과도한 영업 제한 철폐 ▲소상공인 손실보상 촉구 ▲대출 만기연장ㆍ이자 상환 유예 ▲생활방역위원회ㆍ손실보상심의위원회 참여 보장 등 5대 요구사항을 요구했다.

유덕현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약 1년6개월이 넘는 기간을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을 따라가면서 매출 감소를 감내했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인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폐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추가적인 대출 공급이 아니라 ‘만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간 약 3차례에 걸친 긴급자금 공급은 자금난을 겪던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지만,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이상 만기가 다가올 경우 줄줄이 쓰러지고 말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대출 연장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소상공인 지원액을 3조원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비스업 영위 소상공인·중소기업 중심으로 추가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 기한을 6개월 연장하되, 지원대상을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대출만기 연장 여부를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서민금융진흥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는 16일 만기연장·이자유예 상환 유예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세한 것을 밝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