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에 탭댄스까지…‘국민 디바’ 심수봉의 반전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09-20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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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방송 캡처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드럼 스틱을 쥔 가수 심수봉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연주에 집중한 그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집에서 공연을 보던 관객들도 허공에 드럼을 띄운 듯 양손을 흔들었다. 지난 19일 방송한 KBS2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속 한 장면이다.

26년 만의 TV 단독 쇼, 시청률 11.8%

한 서린 목소리와 구슬픈 가사로 비극적 가사를 노래하던 ‘국민 디바’가 드럼 연주라니. 심수봉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 밴드 ‘논스톱’에서 드러머로 활약했다. 이날 공연에선 심수봉이 연주하는 드럼에 맞춰 양동근과 정휘욱이 ‘유’(You)를 랩으로 바꿔 불렀다. ‘유’는 심수봉이 작사·작곡해 11집 음반에 수록한 곡이다. 심수봉은 이날 양동근과 함께 가수 조성모의 댄스곡 ‘다짐’을 부르고, ‘로맨스 그레이’ 무대에선 탭댄스도 췄다.

심수봉의 반전은 통했다. 20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은 전국 시청률 11.8%를 나타냈다. 이날 방송한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지난해 추석 가수 나훈아의 비대면 공연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제작·방영해 온·오프라인을 달궜던 KBS의 두 번째 홈런이다. 심수봉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안방극장 무대에 오른 건 1995년 방영된 KBS1 ‘빅쇼’ 이후 26년 만이다. 공연은 지난달 29일 녹화했다. 관객 1000명이 비대면 화상으로 초대돼 2시간30여분동안 심수봉과 울고 웃었다. 심수봉은 ‘아리랑’ 등 히든곡 6곡을 비롯해 총 20여곡을 불렀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스틸.  양종훈
대학가요제 탈락 이유가 “프로다워서”…심수봉의 43년

미8군 무대에서 드럼을 치던 심수봉은 자작곡 ‘그때 그 사람’을 들고 MBC 대학가요제에 출연했지만 상을 타진 못했다. ‘너무 프로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노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심수봉은 이듬해 신인 가수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올랐다. 시련은 금세 찾아왔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목격한 그는 계엄사에서 조사받다 한 달여 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방송 출연도 금지 당했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남긴 상처였다.

5년이 지나서야 심수봉의 방송 출연 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심수봉은 당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히트시키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듬해 발표한 ‘무궁화’가 ‘참으면 이긴다’는 가사 때문에 금지곡으로 분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사랑밖에 난 몰라’, ‘백만송이 장미’ 등을 히트시키며 ‘국민 가수’ 반열에 올랐다. 심수봉은 후배 가수와의 교감에도 적극이었다. 2007년 낸 11집 타이틀곡 ‘여자라서 웃어요’는 힙합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작곡하고 미쓰라진이 피처링했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공연에서도 양동근, 밴드 잔나비 보컬 최정훈, 씨앤블루 멤버 정용화,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를 초대해 함께 무대를 꾸몄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KBS.
“음악이 없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

데뷔 후 처음 여는 비대면 공연이었지만, 심수봉은 “내 음악은 내 눈에 안 보이는 대중들의 비대면 사랑으로 살아남았기에 사실상 언택트였고, 그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는 공연에서 ‘음악과 사랑 중 무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사랑은 이미 알고 있으니 음악을 고르겠다”면서 “음악은 내게 삶의 의미다.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곡 무대를 앞두고서는 “내 노래가 이 어려운 때 위로의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열심히 달렸다”며 “서로 사랑하시고, 아프지 마시고, 이 고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을 잘 이겨내자”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