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도 분노”…끊이지 않는 ‘소녀상 수난사’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09-24 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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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외국인 2명이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평화의 소녀상’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틱톡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평화의 소녀상’ 머리를 때리는 영상을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 올린 외국인 남성 2명이 비판 여론에 결국 사과했다. 시민단체는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은 24일 대구 2.28기념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머리를 치는 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린 외국인 2명을 사이버상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 19일이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사진을 촬영하고, 또 다른 남성은 소녀상 머리를 쓰다듬으며 툭툭 치는 등 장난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이 공개된 뒤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들은 기존 영상을 삭제하고 지난 20일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며 소녀상에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하는 영상을 다시 올렸다.

소녀상의 수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월 한 남성이 서울 강동구청 앞 잔디밭에 설치된 소녀상에 일본 브랜드 패딩을 입힌 뒤 옆에 흙이 묻은 운동화, 악취가 나는 양말, 트레이닝복 등이 담긴 가방을 두고 가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일본을 모욕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한 페이스북 계정에 소녀상에 입을 맞추려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됐다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019년에는 경기 안산에서 남성 4명이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했다. 같은해 의정부에서는 60대 남성이 소녀상을 발로 걷어차고 코 부위를 담뱃불로 지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대구에서 한 남성이 소녀상 머리를 감싸고 입맞춤하는 사진과 함께 ‘나 큰일 날 짓 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소녀상 모욕행위는 매년 되풀되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모욕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소녀상은 사람이 아닌 동상이기 때문에 모욕죄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직까지 동상을 모욕 대상으로 인정한 판례는 없다.

재물손괴죄로도 처벌하기 쉽지 않다.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소녀상에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침을 뱉거나 머리를 치는 행위만으로는 물건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께 이 영상을 보여드렸더니 굉장히 분노 하셨다.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셨다”면서 “틱톡은 SNS 특성상 가벼운 컨텐츠가 많이 올라온다. 이 영상도 틱톡에 올라와 많은 사람이 보고 조롱거리가 되는 등 사안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서 대표는 “모욕 당한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법적 판단을 떠나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더 심각한 모욕행위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문제의 재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전국에 있는 소녀상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