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망가져서 나온다는데”…알코올 중독 ‘강제입원’ 진실은 

장기입원, 폐쇄적 성격 탓에 오해 쌓여…‘조기치료’ 중요한 이유

기사승인 2021-10-06 0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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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전국 9곳 뿐, 수가 낮아 질관리 불투명

지역사회 치료 연계 안 돼 입‧퇴원 반복


“사람 망가져서 나온다는데”…알코올 중독 ‘강제입원’ 진실은 
이해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A씨(58)는 약 한 달 전 동생을 알코올 중독치료 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 동생은 알코올성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간성혼수로 인해 입원치료도 여러 번 받았지만 술을 끊지 못했다. 의사 말로는 “이런 (간) 상태로 살아 있는 게 용하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A씨는 가족회의를 통해 입원치료를 권유하기로 결심하고 제수와 함께 동생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동생도 긍정적이었지만 막상 입원일이 다가오니 “혼자서도 술을 끊을 수 있다”면서 치료를 거부했다. 설득 끝에 입원할 수 있었지만 반강제적인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A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A씨의 불편한 마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가 코로나19로 면회가 제한되고 중독치료의 일환으로 핸드폰도 압수돼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주가 흐르고 핸드폰을 받게 된 동생은 “퇴원시켜 달라”는 말만 되뇄다. 

A씨는 “동생이 무슨 동영상 같은 거만 틀어놓고 보는지 안 보는지 관리도 안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치료에 회의적이다, 혼자 끊을 수 있다, 날 버린 것이냐고 말하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뿐이다”라면서 “가족들이 병원에 가뒀다는 생각에 나가고 싶어서 한 말인지,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치료를 제대로 안하고 장기간 입원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단 병원에 있으면 술을 마시지 못하니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아질 때까지 참아보라고 하고는 있지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 사람 망가져서 나온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20‧30대부터 중독 시작…늦은 치료에 3개월 이상 입원해야 

알코올 중독(알코올 사용장애)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과 강제입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A씨처럼 중독환자를 곁에 둔 가족들에게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가족들의 죄책감은 결국 환자의 퇴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후 외래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다시 입원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한다. 

정신과 입원치료와 관련한 선입견은 폐쇄병동, 환자 인권침해, 장기입원 등 병원 및 질환 치료의 특성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환자를 생각한다면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정신과 입원은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진행된다. 입원은 환자 스스로 자발적 입원을 신청하는 자의입원과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하는 동의입원, 강제입원으로 불리는 비자의입원으로 분류되고, 이 중 비자의입원은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으로 나뉜다. 보호입원은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 의한 신청으로 이루어지는 입원 방법이지만 이 경우에도 기준이 있다. 자‧타해 위험이 명확히 있고, 보호 의무자 2인의 동의와 서로 다른 정신 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강제입원이 결정되더라도 입원 적합성 심사를 통해 재평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입원병동에서는 3개월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다른 급성기질환과 달리 입원기간이 긴 것은 질환의 특성 때문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독포럼 상임이사)는 “음주를 조절하지 못하는 심한 중독자가 술을 갑자기 안마시게 되면 급성금단증상이 나타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즉 신체적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때 진정제 등 약물로 조절하면서 금단 증상을 치료하게 된다. 보통 1~4주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급성금단증상이 해소되면 동기강화면담, 인지행동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은 2주에서 1개월, 전문병원은 3개월 정도 시행하고 심한 중독의 경우 6개월 이상 진행한다”며 “(치료를 길게 하는 이유는) 술을 안 마시는 생활이 익숙해지려면 2~3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중독이 심하지 않고, 환자가 잘 따라온다면 외래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편이다. 대개 20, 30대에 중독이 시작되지만 신체적 합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방치하다가 40, 50대가 돼서야 치료를 하게 된다. 그때는 강제하지 않으면 시작이 어렵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거부감이 생기고, 그래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중독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카프성모병원 하종은 병원장도 “우리는 알코올 중독 치료 받는 사람들의 70% 이상이 40대 이상이다. 실제로는 30대 때부터 문제가 심각한데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것”이라며 “중독환자가 아니라 위험 음주군이라면 외래 또는 자발적 입원으로 충분히 절주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지만 이미 중독으로 변화한 경우라면 단주를 해야 한다. 입원치료가 능사는 아니나 단기간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입원’ 둘러싼 소문은 오해, 전문병원 확충 필요

일부 정신과 병동은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데, 여기에서 비롯한 오해 때문에 ‘사람이 망가져서 나온다’는 식의 소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하 병원장은 “조현병이나 치매는 진행성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병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증상이 안 좋아지는 환자를 보니 편견이 생긴 것”이라며 “알코올 중독은 안 고쳐지는 병이 아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개선된다. 오히려 보호자들이 입원치료에 집중하라며 연락을 끊고 잠수 타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도 개방성을 도모해야 한다. 문제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환자를 격리시켜서 억압하고 있다가 풀어주면 그 문제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며 “입원기간 동안 의미 있는 치료를 해줘야 한다. 환자들이 치료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치료의 질을 올릴 수 있도록 학계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 교수는 낮은 수가, 부족한 인력이 이같은 소문을 낳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제입원을 한 환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치료에 저항하는데 특히 행동문제가 많이 나타난다. 이때 약물을 과도하게 써 재우거나 진정시키는 방법은 옳지 않지만 낮은 수가, 인력 부족의 이유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수가 부담이 적지 않고 전문병원 운영 동기도 떨어지다 보니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중독치료 전문병원은 전국에 9곳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알코올 중독치료 수가 개선과 전문병원 확충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이두리 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알코올 중독치료 전문병원은 다른 급성기질환 전문병원과 같이 공통적 평가 기준에 따라 지정되기 때문에 인력, 시설 등이 충족된 기관이다. 병원이 적은 편이라 시‧도당 한 개소씩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5개년 계획에도 2025년까지 총 17개소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병원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수가를 청구하는 의료적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합리적인 수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 망가져서 나온다는데”…알코올 중독 ‘강제입원’ 진실은 

 

이상적 방법은 ‘자발적 치료’…지역사회 치료 연계 중요 

알코올 중독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 병원장은 “암, 골절, 코로나와 같은 질환은 치료를 하면 완치가 되지만, 알코올 중독은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치료 후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술을 마시면 다시 재발한다”며 “중독 상태에서 뇌기능이 회복되려면 1~2년간 단주해야 한다. 그러려면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연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적인 방법은 자발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건데, 외래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도록 보조해준다면 불필요한 입‧퇴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같은 곳은 지역사회 치료 연계가 잘 돼 있어 입원기간이 짧은 편이다. 반면 우리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전국에 50개소밖에 없을 정도로 공동체 서비스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독은 치료율이 매우 낮다. 특히 중독 물질은 뇌와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협하게 된다”며 “지역 내 재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중독 전 위험 음주자의 조기 개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과장은 “알코올 중독자들의 입‧퇴원 문제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독 관련 전담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 확충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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