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고밀도 승차감 [쿡리뷰 in BIFF]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10-08 18: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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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어느날 우연히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다. 며칠 후 아내는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2년이 지나 가후쿠는 연극 ‘바냐 아저씨’ 연출자로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합류한다. 차를 탈 때마다 아내가 녹음한 대사를 듣던 버릇이 있는 그는 머무는 동안 운전기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에 거부감을 표한다. 하지만 미사키(미우라 토코)의 능숙한 운전실력을 경험하고 매일 동행하기 시작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원작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처럼 다음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지는 영화다. 아내가 남긴 이야기를 품고 사는 가후쿠의 이야기와 ‘바냐 아저씨’의 대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부딪히며 실마리를 풀어낸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서로 공명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독특한 색깔의 작품이다. 언뜻 아무 일 없어 보이는 누군가의 내면을 성실하고 끈질기게 시간을 들여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아내의 죽음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심심한 영화다. 대신 대사와 이야기가 만드는 긴장의 밀도가 매우 높아 179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마치 미사키가 운전하는 차에 탄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동명의 원작 단편소설을 읽거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전작 ‘아사코’를 보고 감상하면 도움이 된다.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