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팀장님, 연차 사용엔 이유가 없대요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10-17 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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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맞은편 자리 A 대리님이 사라졌다. 며칠째 휑하다. 점심시간 백반집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귀동냥한 B 과장님 말로는 글쎄, 5일 연차 휴가를 내고 제주도를 갔단다. 이틀 백신 휴가까지 붙여 고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체감 상 2주 만에 출근한 A 대리님. 얼굴 채도가 높아졌다. 부럽다. 나는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내 연차는 어딘가에서 쌓이고 있긴 한 걸까.

당연한 권리도 알아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연차 휴가가 있는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위해 연차 휴가 기초 상식을 총정리했다.

◇ 연차 휴가, 눈치 안 보고 써도 될까요.
근로기준법 say “눈치는 넣어두자. 연차 유급 휴가(연차)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그동안 근로한 대가다. 법원은 연차를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차는 평등하다. 기간제 근로자, 인턴, 정규직 등 고용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누릴 수 있다.”

◇ 제가 쓸 수 있는 연차는 며칠인가요.
근로기준법 say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면, 한 달 근무에 하루씩 연차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 3월15일 입사해서 4월14일까지 모두 근무했으면, 4월15일에 연차 한 개가 발생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근무 첫 해에 많게는 11일까지 연차를 받을 수 있다. 2년차부터는 지난해 80% 이상 출근했으면 15일 연차가 주어진다.”

◇ 제 연차는 대체 언제 늘어날까요.
근로기준법 say “연차는 오래 근무할수록 늘어난다. 최대 25일까지 연차를 받을 수 있다. 입사 후 3년간 일한 근로자에겐 이후 2년이 지날 때마다 연차가 1일씩 더해진다. 2~3년차는 15일, 4~5년차는 16일 , 6~7년차는 17일로 연차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 연차 사용, 얼마나 미리 말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 say “사내 규정을 찾아 연차 사용 방식이나 절차가 정해져 있는지 확인해보자. 만약 사내 규정에 연차 관련 내용이 없다면? 회사 관행을 참고하자. 선임이 어떻게 연차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지켜봐도 잘 모르겠으면 적어도 연차 사용 예정일로부터 일주일 전엔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 몸이 아프던지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당일에도 연차를 낼 수 있다. 회사에 허가만 얻으면 적법한 신청이다. 근로기준법에 ‘연차 휴가 며칠 전 통보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진 않다.”

◇ 연차는 며칠까지 붙여 쓸 수 있나요.

전문가 say “정답은 없다. 근로자에게 휴가청구권이 있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원하면 한 번에 전부 몰아 써도 된다. 회사나 팀 내 시선이 신경 쓰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내 규정이나 분위기를 참고하는 게 좋다.”

◇ 연차 사유, 꼭 자세히 적어야 할까요.
전문가 say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사유 때문에 연차 사용을 거부한다면 불법이다. 만약 상사가 연차 사유가 자세하지 않다거나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연차를 반려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 특정 인물이 아닌 사내 노무 관리 전반에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근로감독 청원도 가능하다.

회사는 근로자의 연차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시기를 변경할 순 있다. 근로자가 청구한 연차일에 쉬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측이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원 대체가 불가하거나 업무가 몰린 경우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 다 쓰지 못한 연차, 돈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 say “퇴사할 때 남은 연차가 있다면,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미만 근로자도 마찬가지. 다만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켜 연차 사용을 촉진했지만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회사의 연차 휴가 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는 면제된다.

회사에서 ‘연차 안 써?’라고 묻는 건 연차 사용 촉진에 해당되지 않는다. 연차 소멸 6개월 전부터 10일간 회사가 직원에게 연차 미사용 일수를 알린 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날짜를 지정해 통보해달라고 요청(1차)하고, 그래도 연차 예정일을 알려주지 않으면 연차 소멸 2개월 전까지 해당 직원에게 연차 사용 일자를 지정해서 통보(2차)해야 한다.”

◇ 1년 일하고 탈출합니다. 연차 수당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근로기준법 say “1년 동안 연차를 한 번도 쓰지 않았으면, 최대 26일치 연차 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년 미만 근로 중 한 달 개근에 1일씩 발생한 유급휴가(11일)와 1년간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2년차에 연차 15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11일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실무적으로 노동부 판단을 구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대 26일이 맞다.”

◇ 아르바이트는 연차가 없나요.
근로기준법 say “4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이고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 중이라면 연차가 발생한다. 단시간 근로자의 연차 계산법은 ‘통상의 근로자 연차 일수(15일) × (단시간 근로자 1주 소정근로시간/통상 근로자 1주 소정근로시간) × 8시간’이다.”

눈치게임 중인 전국 모든 신입에게 노무사가 말한다. “근무 1년 미만 근로자에게 한 달에 한 개씩 생기는 연차는 입사 1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심지어 연차 미사용 수당도 못 받는다. 눈치보다 손해까지 보지 말고, 내 권리는 내가 찾자.”

취재도움 = 한국노총 부천상담소 ‘노동OK’, 청년유니온 노동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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