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 한 마디 남기고 체포된 ‘대장동 키맨’ 남욱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10-18 0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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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김만배씨와는 연락 하셨습니까”, “그분의 존재는 무엇입니까”

월요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취재진 수십 여명이 뒤쫓는 이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48) 변호사다.

남 변호사는 지난 2009년부터 정영학 회계사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의혹의 핵심인 이른바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이다.

남 변호사는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불과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남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남 변호사는 18일 오전 5시 대한항공 KE012 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남 변호사가 탑승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1분. 새벽부터 B게이트 앞에는 20~30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남 변호사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자 한숨 소리는 커졌다.

30여분이 흘렀을까. “나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B게이트 앞은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남 변호사가 나오는 게이트를 두고 혼선이 벌어졌다. A게이트로 나온다는 소식에 기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A게이트로, 다시 B게이트로 전력질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전 5시44분, 마침내 남 변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장발에 하늘색 셔츠, 남색 후드를 입고 어깨에 회색 가방을 매고 있었다. 검찰 직원과 함께였다. 취재진 앞에 선 남 변호사에게 플래시 세례와 함께 질문이 쏟아졌다. 

남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이후 검찰 직원과 함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 5번 출구 앞에 선 차량으로 이동하기까지 짧은 거리는 남 변호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나온 시민단체 관계자, 기자 30여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공항 바닥에는 부서진 카메라 부품이 나뒹굴었다. 남 변호사는 이 와중에 ‘취재 열기가 대단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검찰에 바로 체포, 연행됐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호송차는 남 변호사를 태운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남 변호사를 태운 서울중앙지검 호송차. 정진용 기자

‘대장동 설계·승인 몸통 국민은 알고싶다’고 적힌 플랜카드를 든 시민단체 활빈단 관계자는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원주민에게는 땅값을 후려치고 입주자에게는 분양가 바가지를 씌웠다. 반드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출석, 대장동 의혹에 관해 조사 받을 예정이다. 앞서 남 변호사는 외교부가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하자 LA총영사관을 찾아 여권을 반납한 뒤 여권 없이도 비행기 탑승이 가능한 여행자 증명서를 받았다.

남 변호사가 이날 한 말은 “죄송하다”. 단 한 마디였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