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못 넘긴 나무 없다?... 스토킹, 오늘부터 감옥 간다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10-2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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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앞으로 스토킹범은 과태료 10만원으로 범행을 무마할 수 없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범행 당시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무거워진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스토킹처벌법)이 21일 오늘부터 시행되면서다.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평가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그동안 스토킹은 노상방뇨, 고성방가, 쓰레기 투기 등과 함께 경범죄로 사소화됐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법에 명시된 스토킹범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조악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제까진 경범죄, 오늘부터 중범죄

그동안 법률에는 스토킹이라는 어휘가 등장하지 않았다. 원치 않는 접근을 예방·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경범죄 처벌법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등이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1호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거나 따라다니는 것은 ‘지속적 괴롭힘’ 범죄로, 검거 시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형법 제319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했는데, 스토킹범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야만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집행유에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스토킹범이 실형을 받지 않는 사례가 다분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지속하는 사람에게 경찰이 취해야 하는 조처를 명시했다. 경찰은 제9조 1항에 따라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스토킹행위자가 입건돼 스토킹범죄로 인정되면, 벌칙 제18조(스토킹범죄)의 1항과 2항에 해당하는 처벌을 선고받는다. 1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특히,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형이 가중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여전히 찝찝한 ‘스토킹범죄’ 정의

스토킹‘행위자’는 언제부터 스토킹‘범죄자’로 간주될까. 스토킹처벌법은 기준점을 제시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상 접근, 지켜보기, 물건·우편 보내기 등 스토킹에 해당하는 행동은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며칠간, 몇 번이나 계속돼야 범죄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제2조(정의)가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모호하게 설명할 뿐이다. 

엉성한 정의는 경찰이 메꾼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범행에 해당하는지 판별하기 위해 학대예방경찰관(APO) 시스템을 활용, 스토킹 신고를 기록하기로 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과거에 접수된 신고 이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반복되는 사례를 예의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경찰서에 스토킹 전담 조사관도 배치된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지속성·반복성의 기준이 신고 3회부터인지, 10회부터인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스토킹범, 처벌 면할 여지 남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스토킹범은 처벌받지 않는다. 스토킹처벌법 제18조(스토킹범죄) 3항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했다. 즉,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처벌하지 말자는 의사를 표시하면,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의미다.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가해자 처벌을 포기할 수 있다. 가해자의 지속적·반복적 범행에 ‘합의 강요’가 포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스토킹범죄를 겪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는 여성 4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설문조사한 결과, 65%는 “가해자를 자극해 상황이 더 심각해질까 봐” 스토킹 피해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아울러 80%가 스토킹처벌법의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제재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피해자 가족·주변인 보호 조항 없어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들도 스토킹범죄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은 이들을 보호 대상에 포괄하지 못한다. 제4조(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가해자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에 대한 신변보호는 경찰에 별도로 요청해야만 이뤄진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조치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모님과 친구들의 sns를 감시하면서 지속적인 댓글을 남겨도, 스토킹처벌법에 근거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피해자의 가족이 스토킹범의 표적이 된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법률의 보완이 긴요한 실정이다. 지난 4일 30대 남성이 인터넷 방송 진행자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향해 지속적으로 비방 댓글을 작성했고, 방송 접속을 차단당하자 진행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붙잡힌 스토킹범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피해자와 그의 동생, 어머니를 살해했다.

검경·법원의 적극적인 해석·집행이 관건

한계점이 적지 않지만, 스토킹처벌법은 등장 자체만으로 의의가 크다.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감과 합의가 있어야만 특정 행위를 범죄로 지목하고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며 “과거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처벌법 등이 마련되면서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제고된 것처럼, 스토킹처벌법도 스토킹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론장을 열었다는 점이 성과다”라고 말했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가 산적했다. 법 공포·시행은 과제 완수가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최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스토킹처벌법은 말 그대로 ‘처벌법’이다 보니, 행위중심으로 서술된 한계가 있어 시행규칙과 수사규칙 등을 통한 촘촘한 보완이 필수다”라며 “결국, 가해자가 처벌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이 조항을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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