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부실급식 개선책 알고보니 수입 농·축산물?…농가 반발 확산

한윤식 / 기사승인 : 2021-11-16 15: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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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지역 군납농가들이 지난 3일 육군 7사단 정문에서 국방부 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국방부가 부실한 군 급식문제 개선을 위해 조달방식을 변경하자 농업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부실 군 급식 문제가 발생하자 '군 급식시스템 개선'을 명분으로 부식 조달 방법을 기존 농협을 통한 수의계약 방식에서 일반경쟁 입찰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존 군납 수의계약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5년부터 전자조달시스템(경쟁조달)을 도입키로 했다.

접경지역 군납농가들은 군장병 부실급신 개선책이 값싼 수입농축산물로 대체하는 것이냐"며 "농업기반 붕괴가 강 건너 불 보듯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최근 농식품부와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방부의 조달체계 변경으로 인해 군 급식 품목 가운데 수입산이 7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입찰 공고 자료를 보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마늘, 호박, 배추김치 등을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수입한 재료로 군 급식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매체 보도이 의하면 군급식용 식재료를 경쟁입찰로 조달키로 육군 2개 사단은 공급 대상 축산물의 절반가량을 외국산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달목록에 제시된 23개 품목 중 수입 축산물의 비중은 52.2%에 달해 축산물의 수입 의존도가 심했다.

이에 농업인들은 "군 장병 부실급식 개선책이 고작 수입 농․축산물"이라면 "군 장비도 값싼 외국산으로 대체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접경지역 특별법에 따라 2018년 지정한 로컬푸드 공공급식 시범지역 지정을 3년도 안돼 백지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화천지역 군납농가들은 17억원을 들여 배추, 마늘, 양파 등 채소 전처리시설을 갖췄으나 군납제도 백지화로 예산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자 군납농가들은 국민의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군납 개선안 반대 시위를 벌였던 화천군 군납협의회 등 농업인들은 19일 국방부와 청와대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조치를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상경집회에는 화천농협과 화천군납협의회 소속 80여명이 버스 2대를 이용해 참여할 계획이다.

화천지역 군납 농가들은 상경집회에 앞서 16일 화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6회 화천군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국방부의 군 급식 경쟁조달체계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발표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화천군 군납협의회 회원들을 비롯해 최문순 군수, 길종수 군의장 등이 16일 문화예술회관에서 군납 경쟁조달 방식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양수 의원(속초·인제·고성·양양)은 "급식방식이 일반경쟁 입찰로 전환될 경우 지역의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급식재료를 조달하기 어렵다"며 "군납농가 생계를 위해 농식품부가 적극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호 화천군납협의회장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생업을 포기하더라도 강경하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천지역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민군 간의 신뢰와 협력의 기반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화천=한윤식 기자 nssy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