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눈높이에 부합지 않은"…기름 부은 인천경찰 사과

피의자 흉기 휘두르는데 현장 떠난 경찰
"국민 눈높이가 너무 높았나" 비난 여론

기사승인 2021-11-19 06: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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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층간소음 문제로 주민 소란 신고를 받고 인천의 한 빌라로 출동한 경찰관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피의자를 보고도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경찰청장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이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경찰청장이 말하는 시민의 눈높이라는게 대체 뭔가"란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여경 무용론'이 다시 불거진 층간소음 사건은 지난 15일 벌어졌다. 

SBS에 따르면 윗집에 사는 A씨가 아래층에 사는 B씨 가족을 찾아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 2명 중 1명은 B씨가 빌라 1층에서 대화를 나눴고 다른 한 명은 B씨의 아내, 딸과 빌라 안에 있었다. 

이때 분리 조치됐던 A씨가 다시 B씨 가족에게 나타나 흉기를 휘둘렀고 B씨 가족과 있던 경찰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빌라 밖에서 비명을 들은 B씨는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면서 현장을 이탈하는 경찰을 목격했다. 

B씨 가족은 경찰관이 범행 현장을 벗어난 탓에 피해가 커졌다며 경찰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관들은 당시 빌라 공동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현장 합류에 늦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3층에 이르렀을 땐 B씨가 A씨를 막고 있었다. A씨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흉기에 목 부위를 다친 B씨 아내는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딸도 부상을 입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인천경찰청장 사과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여경 무용론'이 제기됐다.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한 경찰이 여성임이 알려지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민에게 여경이 아닌 경찰이 필요하다"는 글이 쏟아졌다. 여경에 대한 논쟁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은 '여혐(여성 혐오)'가 아닌 치안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경찰청은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인천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인천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자체 확인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추가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문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사과문이 아닌 '변명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블라인드에 "시민의 눈높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라며 "내가 범죄 위험에 빠졌을 때 (경찰이) 나를 구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의 눈높이에서 경찰의 역할은 대체 뭐길래 이런 사과문이 나오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 등을 통해 "국민을 지켜달라는 게 눈높이가 높은 거냐" "시민 눈높이? 이게 사과문이냐 변명문이냐" 국민 눈높이가 너무 높았나보다" "할 만큼 했는데 눈이 높은 거 아니냐고 까는 말을 돌려서 한 듯" "지도부와 여경은 잘못이 없지만 시민의 눈높이가 높다는 건가" "소극 대응이 아니라 도망 아닌가" "명백한 직무유기" "이러니 현장 경찰들만 고생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