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찍힌 ‘확진자‧조현병’…코로나로 드러난 약한고리

20대‧여성‧저소득층‧건강취약자 ‘정서적 어려움’ 증가

기사승인 2021-11-20 0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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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찍힌 ‘확진자‧조현병’…코로나로 드러난 약한고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사회의 약한고리: 사회심리적 영향’ 심포지엄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들을 향한 ‘주홍글씨’ 때문에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늘고 있다. 또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사회의 약한고리: 사회심리적 영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받고 회복이 어려운 약한 고리가 어디에 있는지 실증적으로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백종우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성인 코로나19 확진자 152명 대상으로 확진 이후 겪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확진자 대다수는 감염 당시 △타인을 감염시킬까봐 불안(75.7%) △확진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괴로움(58.6%) 등을 경험했고, 완치 이후에는 △후유증에 대한 불안(67.8%) △재감염에 대한 불안(63.2%) 등을 경험했다. 

또 확진자의 56%는 치료 중 우울을 겪었고, 24%는 퇴원 후에도 겪는다고 보고했다.

특히 여성, 저소득, 기저질환 보유, 감염이나 신상공개로 인한 차별의 경험이 있는 경우, 사회적지지 수준이 낮은 경우 잠재적인 위험인자로 분석됐다. 

게다가 확진자 46.1%는 ‘감염을 이유로 비난이나 모욕,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라고 응답했고, 이러한 차별경험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증상, 신체증상 등이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이에 백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하는 격리 및 치료 방침 마련이 필요하며, 감염병과 개인의 특성, 정신건강 문제의 중증도에 따른 심리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홍글씨 찍힌 ‘확진자‧조현병’…코로나로 드러난 약한고리

이와 함께 백 교수는 전국 거주 14세 이상 국민 대상으로 올해 3월26일~4월29일(1차: 1150명), 7월23일~8월23일(2차: 1014명) 두 차례에 걸쳐서 총 21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구집단별, 시기별 사회심리적 차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우울평균점수는 1차 조사에서 6.6점, 2차 조사에서는 6.1점으로 나타났다. 중증이상의 우울위험군(10점 이상)은 1차 조사결과 28.0%로, 연령별로는 20대가 40.2%로 가장 높았고, 여성과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우울위험군이 비율이 높았다. 

건강 및 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심층면접에 응한 한 자영업자는 “우울증도 많이 오는 것 같고, 내 사업장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도 잃게 되고 그럼 내가 살아서 뭐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장애인 등 건강취약 대상자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사회-복지 차원의 지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세이상 국민대상 2차 조사결과, 정신적 어려움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는 68.4%의 응답자가 가족의 지지를, 46.2%가 경제적 지원을, 44.3%가 정부/지역사회의 정확한 정보 전달, 33.6%는 이웃이나 지인의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나 심리 상담, 병원 진료 등도 뒤를 이었다. 이는 1차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주홍글씨 찍힌 ‘확진자‧조현병’…코로나로 드러난 약한고리

코로나19 감염에 특히 취약한 정신건강질환자들은 유행 이후 외로움과 우울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더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조현병 환자 지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성완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4~7월간 국내 조현병 환자 1340명과 일반인구 2000명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는 일반인구군의 잠재평균을 0으로 두었을 때 각각 –0.5점, -0.8점으로 일반인구군에 비해 낮았다. 반면, 외로움과 우울은 일반인구군의 잠재평균을 0으로 두었을 때 각각 0.4점, 0.3점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자원과의 연결 축소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난해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이나 외래 방문율이 현저히 감소해 정기적인 투약과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1년간 월별 조현병 환자의 입원은 예상 대비 최대 8%, 외래는 최대 5%의 유의한 감소를 나타냈다. 

주홍글씨 찍힌 ‘확진자‧조현병’…코로나로 드러난 약한고리
심포지엄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김 교수는 “조현병 치료에서 약물유지가 재발 예방에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치료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을 포함한 다양하고 연속적인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정신응급대응체계 개선, 병원기반 사례관리 등 포괄적인 정신건강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이 백신접종과 치료제 투여에서 우선 대상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외 보고에 따르면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일반인구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며, 중증으로 이환되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2~3배 높다”면서 “반면 최근 이스라엘의 보고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의 치사율이 일반인구의 3.2배에 달하던 것에서 백신 접종 이후 그 차이가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백신이 조현병 환자에서 더욱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가 백신접종과 치료제 투여에서 우선 대상자가 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