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출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대응 원동력…기업- 정부 탈탄소 재촉해야” [쿠키뉴스 창간기념 강연]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11-23 16: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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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창간 17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 13주년 특별강연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시민은 정부정책 교육·홍보 대상 아냐”
영국 기후의회·프랑스 기후시민희외 선례 참고해야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개최된 쿠키뉴스 창간 17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 13주년 기념 행사 ‘코로나가 바꾼 세상, 우리가 바꾼다’에 참석한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시민 참여’가 꼽혔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개최된 쿠키뉴스 창간 17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 13주년 기념 행사 ‘코로나가 바꾼 세상, 우리가 바꾼다’에 참석한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 전환을 재촉하는 힘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오 이사는 이날 행사에서 ‘기후위기 시대, 시민 공동체의 재발견’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오 이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 위기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지구의 온도는 과거 1800년대 산업혁명기와 비교해 1.2도 높아졌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은 현재 가장 영향력이 강한 위기로 ‘기후행동 실패’(Climate Action Fallure)를 선정했다. 뒤이어 감염성 질병(Infectious Diseases), 생물 위기(Livelihood Crises) 등 기후변화에 따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각각 2위와 3위 위기로 꼽혔다.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산업·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오 이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권역별로 뭉쳐 탈탄소 연합을 표방하는 기후클럽을 구성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중국, EU 등 주요 탄소배출 국가들이 참여해 동료 참여국들에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조건을 제시하고, 미참여국을 대상으로는 높은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탄소배출을 압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탈탄소 전환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 이사는 “우리나라의 공적 금융이 가스와 석유 등 대표적인 탄소배출 산업에 투자하는 비율 24%로,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며 “탈탄소 전환 시대에 가치하락이 불가피한 ‘좌초자산’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가스, 화력발전 사업의 국내 규모는 1060억 달러(한화 12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선진적인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확립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소외가 불가피하다. 국내외 시장 위축은 결국 노동자의 실직과 빈곤으로 이어진다. 오 이사는 “개인의 인식과 행동은 물론, 시장구조 전반의 대규모 전환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오 이사는 대규모 전환의 원동력을 시민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이행계획,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 등은 주요 행위자를 관료와 소수 대기업으로 상정했다. 시민은 정부의 정책을 배우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집단으로 남았다. 오 이사는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가 지난해 전국의 1만2000명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꼽혔다”며 “우리나라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 수준은 상당히 높으며,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기후의회(CAUK)와 프랑스의 기후시민의회(CCC) 등 시민사회의 저력이 확인된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CAUK는 2050년까지 영국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의 세부 과제를 설정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의회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운영됐으며, 50개 이상의 권고가 담긴 5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 정부에 전달했다. CCC는 2030년까지 프랑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로 구성된 시민의회다.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9개월 동안 운영되면서 149개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특히, CCC의 권고에 따라 프랑스는 헌법 1조를 ‘정부는 기후위기와 생태파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로 수정했다.

오 이사는 “해외 정부들이 이미 선례를 보여주고 있듯, 기후위기 대응에 시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탈탄소 사회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며 “시민은 교육과 홍보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은 소비자로서 기업을 압박하고, 유권자로서 정부와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며 “관료 중심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야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