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화 사태, 흥행몰이하던 여자배구 걸림돌 되나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11-23 17: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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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화.   한국배구연맹(KOVO)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던 여자배구가 암초를 만났다.

여자배구는최근 관중 흥행과 TV 시청률에서 인기를 누렸다. 2010년대 초반까지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던 여자배구는 최근 몇 년간 인기가 급상승했다.

올해 초 이재영·이다영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난 8월 김연경이 중심이 된 여자배구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쓰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원 팀’ 정신을 발휘한 여자배구대표팀을 향해 많은 팬들은 박수를 쳤다. 대표팀 출신 선수들은 각종 예능과 CF에 출연을 하는 등 대세로 자리잡았다.

올림픽의 인기는 V리그로 곧장 이어졌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중계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방송사들이 프로야구 대신 여자배구 생중계를 최우선으로 편성하는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청률 조사 전문 기관인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1라운드 전체 여자배구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은 전국 케이블 가구 기준으로 1.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시즌 1라운드 여자배구 평균시청률(0.95%)과 비교해도 18% 가까이 오른 수치다. 신규 팬들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여자배구는 프로스포츠 최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최근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조송화 사태’가 터지면서 뜨거웠던 여자배구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 12일에 한 차례 무단이탈 소동을 빚었던 조송화는 16일 페퍼저축은행 경기가 끝난 뒤 구단과 동행하지 않고 혼자 숙소로 돌아와 구단에만 알린 채 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의 주장인 조송화가 서남원 감독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표시한 뒤 무단으로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김사니 코치도 함께 시즌 중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고 이탈해 팀 내 불화설이 불거졌다.

사태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구단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 경질했다. 팀이 리그 최하위로 떨어져 성적 부진의 이유가 포함됐다지만, 특정 선수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해당 선수가 아닌 감독에게 지게 한 모양새라 여론은 들끓었다.

여기에 휴가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나려 했던 김 코치에게는 “팀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라며 감독 대행직을 맡겨 논란은 더욱 커졌다.

IBK기업은행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에 팬들은 실망한 모양새다. IBK기업은행을 응원하는 한 60대 팬은 “구단이 역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얼마든지 순위야 내려갈 수 있다지만, 이런 내부 문제로 구단이 무너지는 걸 보니 답답하다”라며 “아들과 함께 조만간 홈 경기장을 찾아가려 했는데, 보고 싶지 않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간 배구계는 인기에 비해 내실이 튼튼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단의 운영방식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떨어지며,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들려왔다. 이번 IBK기업은행 사태는 배구계의 민낯을 보여준 케이스다. 

이와 관련해 김연경은 22일 본인의 SNS에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고 글을 올렸다. 대상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IBK기업은행 사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배구계 관계자 역시 “비단 IBK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선수들은 더욱 프로의식을 가져야 하고, 구단 역시 아마추어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배구계는 암흑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