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서 우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드코로나, 희망과 절망]

김동운 / 기사승인 : 2021-11-30 0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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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라지는 금융노동자
10만명 달하던 카드모집인, 2021년 8500명만 남아
영업 최전선 ‘콜센터’ 비정규직·업무통제·우울증 ‘삼중고’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1년6개월이란 긴 기간 이어졌다. 백신접종과 함께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거리가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금융 노동자들이 있다. 쿠키뉴스는 이들 중 한 명을 만나 하루 일상을 함께했다.


“밖에서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카드노동자의 하루

“기자님, 힘드시죠? 하지만 이렇게 일하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높을 때는 카드모집인들은 없는 사람처럼 살았어요,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고마운 일입니다”

초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지난 24일 아침 임씨는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신용카드가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할 때부터 카드모집인 일을 해왔던 업계 베테랑이다. 그동안 외부활동 없이 20여년간 쌓아왔던 인맥을 통한 영업으로 코로나 시국을 겨우 버텨왔다. 지난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로코나)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기자가 만났던 날은 임씨가 소속된 영업점으로 출근하는 때였다. 그가 들어선 사무실은 썰렁했다. 예전에는 많았던 동료들이 이젠 거의 없어서다. 코로나19 기간 카드 판매실적을 올리기 점점 힘들어 지다 보니, 여태까지 버텨왔던 동료 모집인들도 하나 둘 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오전 브리핑과 전화 상담을 마친 임씨는 오랜만에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일단 밖으로 나갔지만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드모집인의 외부영업은 오직 ‘사무실’과 ‘자택’만 가능하다. 길거리나 카페 등 다른 장소에서 카드영업과 신청 등을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카드모집인이 카드 한 장을 판매하기 위해서 회사원들이 많이 있는 빌딩이나 지식산업센터 등이 아니면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찾아들어간 빌딩. 임씨는 출입문 앞에서부터 난관을 만났다. 경비원들이 출입을 막았다. 카드 영업을 위해 찾아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경비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들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돌려보내는게 열이면 아홉이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다행히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경비원에게 허가를 받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물론 들어가는 것이 끝이 아니다. 최상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사무실 한 곳 한 곳을 방문해 카드영업을 진행한다. 이마저도 최근 카드키나 지문인식 등 추가적인 인증수단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절반 이상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 경우 임씨는 주로 복도에 서 있다가 화장실이나 외출을 위해 나오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카드 영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루 빌딩 10곳 정도를 돌면서 영업을 진행하면 한두 건의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직장인 대부분이 이미 카드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신용카드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 이렇게 매일 해야 ‘먹고 사는 수준’이 가능하다. 카드모집인들은 당월 실적이 임금으로 반영된다. 다음달로 넘어가면 실적을 새로 쌓아야한다. 카드모집인들은 매달 일정 이상의 영업건수를 올리지 못하면 생활 유지가 힘든 구조다.

특히 불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페이백’을 요구하는 신청자들이 많아, 실적을 위해 사비를 지출해 몰래 몰래 페이백을 지급하는 것도 임씨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만약 신고가 들어올 경우 여신준법감시단에서 찾아와 패널티를 가한다. 패널티가 누적되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카드모집인 코드를 회수당하는 ‘강제해촉’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적을 올리려면 페이백을 지급해야 하다 보니 카드모집인들의 삶은 매일매일이 위태롭다. 임씨와 함께 퇴근하는 카드모집인의 푸념에서 업계에 닥친 어려운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
 
“최근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 가입, 건보료 인상 등 어려운 요인들만 잔뜩 늘어나고 있다. 남은 8500명의 모집인들은 이제 다른일을 찾으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사회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코로나 팬데믹, 금융노동자들은 여전히 고달프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충격은 카드모집인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에겐 은행원, 보험설계사 다음으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직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2000년대 초 10만명에 달하던 전국의 카드모집인은 점차 수가 줄어들어 2016년 2만2800명에서 2019년 1만1900명, 2021년 850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신한카드지부 김준영 위원장은 “코로나19는 자영업자, 일반 시민, 기업 등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시련을 이기고자 정부는 공공성을 띈 금융업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금융사들은 부담을 함께 나눴다”면서도 “금융사들이 나눠들게 된 공공영역의 부담은 금융사 내 금융노동자들에게 전가되면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카드모집인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노동자들의 삶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코로나 시련은 비대면 금융의 최전선에 있는 ‘콜센터 노동자’에게도 닥쳤다. 수많은 비정규직 콜센터 직원들은 감염병 노출의 가능성이 높은 업무환경, 강도 높은 업무통제, 우울증 등에 노출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구로지역 에이스 손해보험에서 약 170명의 콜센터 상담사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뒤늦게 정부에서는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가 참여하지 않고 노동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4월6일 기준 콜센터 상담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3건, 636명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인권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코로나19가 콜센터 노동환경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침 이후 동료와의 간격이 1m이상 늘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27.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콜센터 업무를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업무 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모 금융사 콜센터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울증이나 호흡 곤란 등 건강 문제가 생겨난 콜센터 직원들도 부지기수다. 콜센터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과 상대해야 하는 직군이다 보니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대화를 해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 호흡곤란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도 없다”고 토로했다. 

은행 콜센터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면 말하기도 힘들고 고객들이 통화에서 잘 알아듣지 못해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답답함, 숨 막힘, 두통, 피부 트러블 등 다양한 물리적인 고통까지 따라온다”고 호소했다.

유수환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