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확보 너무 늦었다”… 전문가들의 충고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11-27 0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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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상 병상 배정 대기자 1310명… 정부 “필요하면 또 다른 행정명령 준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4000명 안팎을 기록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 위중증 환자가 지속 증가하면서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할 것 없이 중환자 병상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보건의료전문가는 ‘뒤늦은 대처’라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커지면서 위중증 환자가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으로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617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4.5%(695개 중 587개 사용)다.

병상 포화가 계속되며 병상 대기자 수도 연일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6일 90시 기준 1310명이 코로나19 확진 후 병상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환자 폭증으로 여타 응급환자 이송도 마비된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응급환자 이송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119 상황실에 보냈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부터 확진자 증가 조짐이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뒤늦은 대처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하는 11월1일 이전부터 충분한 경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계에서 최단기간 내 접종률 70%를 달성했다며 ‘팡파레’를 일찍 터뜨렸다”며 “백신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10월부터 알 수 있었다. 바로 추가접종에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했는데, 보건소, 접종센터 수를 줄이고 병·의원 위탁의료기관을 요일제로 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환자 병상은 늘려봤자 조금밖에 늘릴 수 없다.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1000명이 넘고 있다”며 “병상을 늘린다고 한들, 새로 입원 대기 중인 사람이 계속 생겨나 대기자만 늘어나게 된다. 중환자는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2~3주 동안 병상에 있게 된다. 정부가 3주 동안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확보하면 문제를 타개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예상보다 백신 효과가 생각보다 일찍 떨어져 고령층 확진자가 늘어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에서의 자료나 국내 발생자료만으로도 면역감소 효과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정부가 오판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4000명 안팎을 기록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중환자전담병원이 따로 있어서 병상 효율화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중환자 병상에서 한 단계 낮은 준중환자 병상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현 체계 내에서는 병원을 옮겨야 한다. 병상을 옮기는 수준까지 호전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중환자실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경증 환자들을 옮겨 병상 활용 효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병원에 입원해 퇴원할 수 있는 완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상뿐만 아니라 의료인력도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몇 안 되는 파견인력으로 메꾸려하는데 병원 스스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하려니 문제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진료를 거부하거나 중환자실을 떠나는 의료인력이 많다. 지금이라도 병원이 인력을 채용해 중환자 진료역량을 자체적으로 늘리도록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코로나 환자 병상 배정의 현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A씨는 “확진자가 늘고 이로 인해 잔여 병상 수가 줄어들며 보이지 않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특히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두드러졌다. 파견인력은 계속 교체돼 업무 숙련도는 그대로인데, 환자 수는 늘어나니 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빠지는 인원도 많이 생겼다. 지자체는 배정이 오래 걸리는 환자의 민원을 받느라 마비되고, 병상배정반은 그로 인한 중복 의뢰, 재문진 요청 등으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또 병원에서도 병상 부족, 장비 부족,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시스템상으로 병상이 남았지만, 실제 수용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병상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공중보건의사 중 전문의 자격을 보유한 공공의료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등에 대해 지역과 전공과목을 고려해 총 50명이 차출된다. 통산 2주였던 파견 기간도 이날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두 달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활치료센터도 추가개소해 2000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혹시라도 만약에 필요하게 되면 또 다른 행정명령을 준비하겠다. 지금 수도권 중환자 병상을 100% 못 돌리고 있는 건 의료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있는 병상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 현 상태에서는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할 것 없이 중환자 병상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