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린다는 건, 어항 속에 돌 하나 얹어지는 것이 아니다 [쿠키청년기자단]

민수미 / 기사승인 : 2021-11-29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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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질병에 걸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어항 속에 돌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 아니라 핏물 한 컵이 부어지면서 그 물의 밀도가 변하고 그에 따라 생태계가 바뀌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저 질병 하나가 내 삶에 쏙 들어오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이는 일상이 완전히 재구성된다는 뜻이며, 동시에 내가 기획한 미래가 무효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조한진희 작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발췌

지난달 제1회 ‘국제 암 애프터케어 포럼’에서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이 말했다. 이 이야기는 현재 암 환자, 경험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나타냈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사촌 동생의 모습이 희미하게 기억난다. 명절마다 봤던 동생은 귀여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어릴 적이지만 그렇게 느꼈다. 많이 아팠지만, 동생과 해맑게 웃으며 얘기를 나눴던 순간이 기억난다. 하지만 마지막 배웅은 내가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난 병원 안에 들어가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도 없었다. 병실 밖 의자에 앉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엉엉 울었다. 가족들은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중에야 들었지만, 사촌 동생의 투병 전후로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주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봄, 샤워하던 중 멍울이 만져져 유방 외과를 방문했다. 유방암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살을 짓누르는 초음파는 걱정보다 더 아팠다. ’모양이 예쁘지 않다‘라며 조직 검사를 했다. 악성 종양일 수도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얇은 바늘 총으로 가슴을 쏴 조직을 떼어냈다. 일주일 매일 밤을 걱정했다. ‘20대 유방암’, ‘유방암 이후’ 등을 검색했고, 젊은 암 경험, 암 애프터케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접했다.

암 경험자의 삶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암 경험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20-40세대 젊은 암 경험은 인생 전반의 커리어에 영향을 준다. 경제 사정도 즉각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미혼이나 싱글인 경우,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암 애프터 케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암 애프터 포럼에 다녀왔다. 암 투병을 한 국제 연사들의 이야기부터 전문가들의 연구까지. 그곳에서 만난 암 경험자와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현실에 대해 들었다.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은 이, 차별받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기면서 우리 사회가 일하다가 아픈 사회 동시에 아프면 일할 수 없는 사회임을 실감하게 됐다. 어항 속에 돌 하나가 얹어지는 게 아니라 핏물 한 컵이 부어진다 할지라도, 그들의 미래를 정책으로 지원,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뷰했던 암 경험자 유자(26세·여·가명)씨의 말을 덧붙이며 마친다. “암 투병 이후로 괜히 움츠러들고 숨게 되는 경향이 생겼는데 생각해 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아프지 않은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 모습을 우리 사회도 좋게 봐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유민 객원기자 dldbals01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