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수고대한 ‘몰누피라비르’, 궁여지책 되나

신승헌 / 기사승인 : 2021-12-02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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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기대보다 입원·사망 예방효과 낮아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검토 중…전문가들 “30%라도 줄이는 게 낫다”

머크(MSD)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먹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미국 내 긴급사용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약의 효능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누피라비르는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접수돼 있어 내용이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외부 자문위원회는 30일(현지시간)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권고안을 의결했다. 권고안에서는 중증 위험도가 높은 코로나19 경증 성인 환자가 증상 발현 5일 내에 하루 2회씩 5일간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토록 했다. FDA 자문위 권고는 구속력은 없지만, 통상 FDA는 이를 따른다. 즉, FDA가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자문위에서 권고안을 의결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고안은 찬성 13, 반대 10으로 의결됐다. 

이처럼 의견이 갈린 배경에는 약의 효능과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머크는 당초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데 50% 이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FDA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효능은 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한 쥐, 강아지에 대한 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는 부작용을 드러냈다. 이에 자문위는 권고안을 의결하면서도, 임신부와 아동의 사용은 권고하지 않았다.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이 약은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를 받았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머크앤드컴퍼니(MSD) 홈페이지 캡처

현재 몰누피라비르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번 FDA 자문위 회의 내용에 관심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약의 효능은 아쉽지만, 안 쓰는 것 보다는 쓰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결국은 투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해를 비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50% 이상에서 30%로 떨어진 것은) 몰누피라비르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하향조정 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 권고가 됐다는 것은 그래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50%도 상당히 낮다고 생각했는데, 30%로 떨어졌다”면서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확진자·중증자가 많아질 때는 30%라도 줄일 수 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해서 30%라도 중증도를 줄이고, 화이자 제품의 효능이 좋으면 들여와서 대체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개발했지만, 아직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은 하지 않았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FDA 자문위의 권고안 의결에 대해 “과학적 결정보다는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게 있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사용할 경구용 치료제가) 없는 거 보다는 30%라도 줄이는 게 낫다. 궁여지책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머크는 지난달 17일 식약처에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긴급사용승인위원회 개최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전 단계인) 전문가 자문회의나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를 개최하려는 상황”이라고 1일 밝혔다. 이어 “제출된 자료들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유익성·위해성 관점에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미 FDA 긴급사용승인 결과 발표나 해외 사용이력도 같이 볼 것”이라면서 “연내에 신속히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