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꼭 해야되나요?"…확산세에 맘 졸이는 직장인들

소규모 모임은 그대로
직장인 "자영업자에겐 죄송하지만 회식 멈춰야"

기사승인 2021-12-03 0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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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양동 건대 맛의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쿠키뉴스DB

#세 아이를 둔 김모씨(38)는 회식을 끝내고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최근 급증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하는 회식이 반갑지 않긴 했지만 상사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부담스럽다. 어린 자녀도 있어 아내 눈치도 보이는데 위드코로나와 동시에 잡힌 연말 회식들은 취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연말을 앞두고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코로나'가 시행된 이후 한달여 만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000명대를 기록하고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이 확인됐다. 코로나 유행이 악화일로를 걷자 저녁모임과 회식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회식을 갖는 회사도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시도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4057명으로 집계됐다. 동시간대 집계치 기준으로 2번째로 많다. 자정까지 시간이 남았던 만큼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수는 이보다 더 늘어 5000명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사흘째 5000명대다.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모두 6명으로 늘어 지역사회 감염 우려는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 일부 직장인들은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예정된 송년회나 회식을 취소하고 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가 아직 시행되고 있는 만큼 회식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동료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개인 방역을 준수해 회식을 한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조만간 거리두기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회식문화를 부추겼다.

직장인 A씨는 "11월에 집합금지 풀리자마자 '오랜만'이라며 회식하고 '(확산세 때문에) 송년회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며 또 회식을 했다"며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회사 직원들이 다같이 검사하고 음성 확인된 다음날도 회식을 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도 최근 코로나 확산세에도 이뤄지는 회식 문화를 떨떠름해 하는 직장인과 가족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맘카페에는 "확진자가 5000명이 넘었는데 남편 회식이 있다고 한다. 이런 시국에 회식하는 것 이해되나" "시기를 봐가면서 회식을 해야지 답답하다" "아이도 있어 걱정인데 저번주에 이어 또 회식이다" "회사 주도의 큰 회식은 취소됐지만 소규모 모임은 그대로"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직장인이 '지금 시국에 회식하는 회사 많나'고 올린 투표글을 살펴보면 "우리 회사 회식한다"(30명)가 "회식 안한다"(11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또 다른 직장인들도 "이 시국에 회식 좀 안하면 안되겠냐고 가서 말하고 싶다" "2주에 한 번씩 회식한다" "회식 정말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회식에 지친 일부 직장인들은 이날 발표될 정부의 방역 강화 방안을 주목하고 있다. 위드코로나에서 한 발 물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모임 인원을 줄이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블라인드에 "자영업자분들에겐 죄송하지만 확산세가 조금 꺾일 때까진 거리두기로 회식을 안했으면 좋겠다" "연말 회식은 물건너 갔다" "회사에서 회식한다는데 4인 금지했으면 좋겠다" "방역 강화 조치는 연말 기쁜 소식. 제발 회식 소리 안나게 되길"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연말에 계획한 송년회나 회식, 단체 모임이 있다면 상황이 안정될 떄까지 미뤄달라"며 "방역 수칙의 철저한 준수가 절실한 때.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이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