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외쳤지만 해법 다른 李‧尹 부동산 정책     

이재명 vs 윤석열 정책 대결 – 주택 공약편

기사승인 2021-12-10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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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결이 사라질 위기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네거티브전이 치열해졌다. 결국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정책 검증’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분위기다. 이에 쿠키뉴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급 확대’ 외쳤지만 해법 다른 李‧尹 부동산 정책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이재명 ‘공공주도 임대형’ vs 윤석열 ‘민간주도 분양형’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주택 정책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대규모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두 후보의 목표는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이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 가구를 포함한 주택 25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도 ‘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호와 ‘청년 원가주택’ 30만호를 포함한 주택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후보의 정책 철학은 상반된다. 이 후보가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에서 평생을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내걸었다면, 윤 후보는 건설 원가 수준의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이 후보의 ‘기본주택’은 공공주도로 공급해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용 85㎡ 기준 월 60만원 선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 주택의 5% 수준인 장기 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을 신설해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후보는 토지를 가진 상위 10%의 세금으로 전 국민 90%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기수요 억제 효과도 있다.

부지는 김포공항 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항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해당 부지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경인선 지하화, 공원 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정책의 신속성과 일관성을 위해 부동산 전담기구인 ‘주택도시부(또는 주택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부동산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투기를 감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대표 정책인 ‘누구나집 프로젝트’ 공약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누구나집’은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집값의 10%만 내면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고, 10년 뒤에는 사전에 확정된 가격에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

반면 윤 후보의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은 ‘민간주도’ ‘분양’ ‘주거 취약계층’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 가구가 주택을 시세보다 낮은 원가로 분양받아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건설원가인 8억원에 분양된 집을 5년 거주한 뒤 10억원까지 오른다면 집의 시세차익 2억원의 70%인 1억4000만원은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역세권 첫 집의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약이다.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올리고, 높아진 용적률의 50%에 해당하는 물량을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는 형태다. 역세권의 민간 재건축 단지와 저활용 국공유지를 고밀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높이는 등 금융 규제를 풀겠다고도 약속했다.

특히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주택과 세재 정책의 전면적인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국민들 “250만호? 공급 가능한지 의문”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에 관해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두 후보의 주택 공급 부지 확보, 재원 마련 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 A씨(25세)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공약이 더 와닿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켜지지 않은 공약이 많기 때문에 약속에 그칠 것 같다. 윤 후보는 부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약 같아 서민 입장에서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고 질타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B씨(29세)는 “차상위 계층이었는데도 청약 당첨이 안 됐다. 물량이 적고 기준이 높은 탓”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윤 후보의 공약은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당첨이 될지 모르겠다. 당첨되면 로또인 지금과 다를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결혼을 준비 중인 C씨(30세)도 “두 후보의 공약 모두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공급하는 주택이 아이 낳고 살만할 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주택 신혼부부 D씨(30세)는 “신혼부부 특공에 7번 떨어졌다. 아이가 없어서 2순위로 밀려난 탓이다. 집을 구하면 아이를 낳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숨만 나온다. 누가 이런 좁은 집에서 아이부터 낳으려고 하나. 현실과 맞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큰 차이가 있을까 모르겠다”면서도 “민간주도 주택공급의 경우 집값이 올라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처럼 집값 하락 거래가 늘어나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선 민간주도 주택공급이 실현되기엔 불확실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