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다 주춤… 우려 속 표류하는 방송가 [코로나19, 그 후②]

기사승인 2021-12-2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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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다 주춤… 우려 속 표류하는 방송가 [코로나19, 그 후②]
이달 초 열린 ‘Mnet 아시안 뮤직 어워즈’.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Mnet.

지난 11일 경기 파주에서 열린 ‘Mnet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현장. 스태프, 보안요원 모두 분주했다. 한쪽에선 신분증과 PCR 검사 결과지를 확인하며 입장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또 다른 쪽에선 함성을 자제해달라며 응원 도구를 나눠줬다. 지난달과 이달 초 진행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 녹화 역시 쿠브(COOV) 어플로 백신 접종 여부를 살피곤 관객들을 입장시켰다. 백신 접종 확인서와 PCR 검사지 없인 갈 수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방송가의 새로운 모습이다.

코로나19는 방송가의 많은 것들을 바꿨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대면 녹화는 사라지고, 촬영 현장을 가득 채우던 스태프들도 대거 줄었다.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던 신입 스태프들은 갈 곳이 없다. 얼마 전 다니던 프로덕션을 관뒀다는 경력 1년 차 조연출 A씨는 쿠키뉴스에 “입사를 했는데 일을 가르쳐 주는 사수도 없었다”면서 “현장 일을 배우고 싶었는데 낮은 연차에겐 기회가 없더라”며 씁쓸해했다. 한 방송 제작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 필수 인력만 두다 보니 이전처럼 신입을 곁에 두고 가르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촬영 때마다 PCR 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자가 키트로 1일 2회 검사해야 하는 현장도 있다. 관계자는 “스태프들끼리 그날마다 덜 붐비는 임시 선별 검사소가 어디인지 공유하기도 한다”면서 “혹시라도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나 하나 때문에 제작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그것만큼 부담인 게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수익이 줄었어도 챙겨야 할 건 여전히 많다. 현장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마스크 여분은 수시로 동이 난다. 줄어든 인원으로 주어진 촬영 분량을 완성해야 하니 쉴 틈 없이 촬영이 이어진다. 또 다른 스태프는 “바쁘게 달려오다 종방연 같은 행사가 있으면 비로소 끝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도 없다 보니 다소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빗장 풀다 주춤… 우려 속 표류하는 방송가 [코로나19, 그 후②]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픽사베이.

기획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소속사 직원이 현장에 다수 동행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배우 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우 한 명당 동행인이 2명 이하로 제한된다”면서 “매니저나 헤어·메이크업 담당자 외에도 소속사 차원에서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낼 스태프가 현장에 가야 하는데 인원 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궁여지책으로 매니저가 촬영장 밖에서 대기하는 일도 있다. 배우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B씨는 “홍보 마케팅팀 등 기타 인력이 촬영장에 와야 하는 날에는 매니저가 배우를 촬영장까지만 데려다주고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면서 “혹시라도 내부에서 돌발 상황이 생길까 염려되기도 한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며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다시금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며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대면 행사를 계획했던 일부 연말 시상식은 비대면 개최를 확정 지었고, 공개 녹화를 재개하려던 방송가도 시름이 깊어졌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방청객이 있어야 분위기가 사는 프로그램이 있다. 좌석 사이를 띄어서라도 모객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며 방청을 진행하기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PCR 음성 확인서가 있다곤 하지만,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치료제가 개발되는 등 뚜렷한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현장 제작진도 걱정이 크다. 신입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만큼 미래 세대 실무진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제작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신입들이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한 채 연차만 쌓이고 있다. 중간 세대가 부실해지는 셈”이라며 “대책을 생각하기엔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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