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아파트 이제 그만!’...내년 사후확인제 시행 [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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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12-24 06: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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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아파트 이제 그만!’...내년 사후확인제 시행 [알경]
서울시 내의 고층 아파트 모습.   쿠키뉴스 DB.

“의자 끄는 소리 안 나게 소음 방지패드도 달고 평생 처음 슬리퍼도 신었다. (걸음도) 앞꿈치로만 걷고 있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이웃주민의 항의에 한 유명 연예인이 최근 사과와 함께 올린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을 두고 이웃주민들간 다툼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 사회면에는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이 연일 등장한다. 

지난해 층간소음 신고 건수(4만2250건)는 환경부 기준으로 1년 전(2만6257건)보다 61%나 늘었다. 올해는 이미 8월까지 3만207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윗집이나 아랫집 모두에게 고민거리가 된 층간소음은 이제 사회적 문제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회의 골칫거리가 된 층간소음 문제에 내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공 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 정부는 실험실에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평가해 인정된 바닥구조만 사용을 허가하는 ‘사전 인정제도’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사전인정제도는 아파트의 구조·면적·바닥 두께 등 다양한 바닥충격음 영향요소 중 바닥 자재 중심으로만 평가해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 한다는 한계를 보여왔다. 또한 실험실과 시공 후 실제 주택 간 성능 차이 발생 등으로 인해 층간소음 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가 시행되면 층간소음은 물론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층간소음 측정 이렇게 달라진다

현재 층간소음은 경량소음과 중량소음으로 구분해 측정하고 있다. 경량소음은 하이힐 신고 걷는 소리 수준으로 실험실에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놓고 ‘태핑머신’을 활용해 4개 지점 이상을 타격해 측정한다. 

중량소음도 실험실에서 타이어 장치로 바닥을 타격하는 ‘뱅머신’을 통해 측정값을 구한다. 뱅머신으로 타이어를 85cm 높이에서 4개 지점을 타격해 나오는 소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측정 결과 1~4등급까지는 시공이 허용되며, 4등급을 벗어나면 시공이 제한된다. 

사후확인제도 시행과 함께 층간소음 측정은 중량 충격음을 중심으로 개선된다. 측정 도구가 ‘뱅머신’에서 어린이 달리기와 유사한 충격을 주고, 변별력이 높은 ‘임팩트볼’로 변경된다. 30세대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체 가구의 5%를 뽑아 측정하며, 허가 기준도 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 국제 기준 수준으로 올라간다.

측량 결과는 지자체 등 아파트 사용검사권자에게 전달되며, 사용검사권자는 건설사에 보완 시공,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층간소음 아파트 이제 그만!’...내년 사후확인제 시행 [알경]
국토부 제공.

사후확인제도 준비 나선 건설사들 


층간소음 제도의 변경을 앞두고 건설사들도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물산은 한국 최대 규모인 층간 소음 전문 연구 시설 ‘래미안 고요안(安) 랩’을 설립했다. 시설에는 층간 소음 실증 연구를 위해 10가구의 주택과 측정실·체험실 등이 구축됐다. 

현대건설은 층간 소음 차단 최고 수준인 1등급 성능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바닥재에 특수 소재를 추가해 저주파 충격 진동 전달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기술을 적용한 바닥재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중량 충격음 차단 1등급 39dB(데시벨) 성능을 인증 받았다.

DL이앤씨는 12개의 층간 소음 저감 특허 기술력과 건축 구조·재료 분야의 박사급 연구원 등을 총동원해 ‘디 사일런트’ 바닥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7월 실제 아파트에서 실시된 평가 결과 해당 바닥 구조는 경량 충격음 1등급, 중량 충격음 2등급의 차단성능을 입증했다. 

이밖에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제도 변경에 앞서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스마트 3중 바닥 구조’와 하이브리드형 바닥시스템 개발을 마친 상태다. 

신축에 한정된 개편 효과, 도입 지연 우려도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는다. 먼저 이번 사후확인제는 시행일 이후 사업계획승인 신청 건부터 의무화 된다. 즉, 이미 지어진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에 내년 7월로 예고된 도입 시기의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후확인제 도입을 위한 주택법 개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사후확인제 도입을 2020년 발표한 이후 관련법 개정을 같은해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발과 함께 관련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법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측은 조만간 법 개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설명했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12월 마지막 주에 개정안이 소위에 상정될 것”이라며 “소위 안에서 큰 이견이 없어 통과 가능성을 밝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