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코미디? 미국은 어떨까 [정치 풍자 예능③]

기사승인 2022-01-22 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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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 코미디? 미국은 어떨까 [정치 풍자 예능③]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유튜브 캡처

정치 풍자 코미디가 돌아왔다. 지난해 쿠팡플레이에서 방송을 재개한 ‘SNL 코리아’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를 풍자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즌1에선 윤석열·이재명·홍준표 등 정치인들이 출연해 인턴 주기자(주현영)와 인터뷰를 했고, 시즌2에선 배우들이 대선 주자와 관련 인물을 연기하며 각종 의혹들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등을 풍자한 ‘여의도 텔레토비’가 폐지된 이후 한동안 정치 풍자 코미디가 힘을 잃었다. 다시 시작된 ‘SNL 코리아’도 이전과 달리 정치적 균형을 의식하고 적당한 수위를 지키는 분위기다. 자유로운 정치 풍자 문화가 자리 잡은 외국 방송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정리했다.

대통령도 풍자한다

한국에서 대통령 풍자 코미디는 드물다.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은 가장 흔한 풍자 대상이다. 대통령이 종종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농담과 잡담을 하고, 정책 설명을 하는 문화도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선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각종 발언, 의혹을 거침없이 패러디해 방송한다. ‘SNL’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방송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미크론 변이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을 대통령이 스파이더맨을 탓하는 모습으로 패러디해 비판했다. 2020년 10월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확진된 트럼프 대통령을 소재로 회복까지 오래 걸렸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방송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정치 풍자 코미디? 미국은 어떨까 [정치 풍자 예능③]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유튜브 캡처

정파성이 확고하다

한국에서 특정 대선 후보만 유독 비판하거나, 치우친 정치 성향을 띄는 건 금기에 가깝다. 미국에선 정치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는 편이다. ‘SNL’과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CBS ‘레이트 쇼’ 등은 반 트럼프 정서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엔 그의 막말과 독특한 행보를 주요 소재로 삼아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들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정치권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2월 반이민·난민 행정 명령을 다룬 ‘SNL’ 에피소드는 시청률 7.2%, 시청자 수 108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6년 만에 세운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이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CNN은 45%, MSNBC는 26%의 황금시간대 시청자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풍자 코미디? 미국은 어떨까 [정치 풍자 예능③]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유튜브 캡처

거침없이 조롱한다

한국에선 직접적인 정치 풍자를 피한다. ‘SNL 코리아’는 뭘 풍자하는지 알 수 있지만 핵심을 다루진 않는 방식의 코미디로 풀어내고 있다. 미국은 풍자의 대상이 정확하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까지 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난민교환협정을 비판하다 전화를 끊어버린 사건을 다룬 ‘SNL’이 그랬다. ‘SN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다. 호주는 재수 없다. 너희들 산호는 다 죽었다. 전쟁이다”라고 외치다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장면으로 보여줬다. 고압적인 브리핑 태도로 유명했던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을 패러디한 회차도 유명하다. 배우 멜리사 매카시는 스파이서 대변인으로 분장해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소리를 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한 기자에게 물총을 쏘아대는 연기로 환호를 받았다. 매카시는 그해 에미상에서 최우수 희극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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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유튜브 캡처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자신을 풍자하는 배우를 비판하고, 배우가 이에 맞서 반박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미국에선 SNS를 즐겨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SNL’을 비판하는 일이 익숙하다. “‘SNL’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 완전히 편향된 프로그램이고, 전혀 재미가 없다”라고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식이다. ‘SNL’에서 트럼프를 연기해 풍자하는 배우 알렉 볼드윈을 언급하며 “알렉 볼드윈은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다”, “형편없이 내 흉내를 내서 죽어가던 경력을 살려낸 배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알렉 볼드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SNS로 “나는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대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것”이라며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해라. 나는 항상 ‘SNL’에 있다”고 맞섰다. 탈세 의혹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면 (연기를) 멈추겠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알렉 볼드윈이 불이익을 받거나 ‘SNL’이 정치 코미디를 중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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