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첫날 주당 20만원 벌었다...시총2위 등극에도 전망 ‘우울’

시총 118조원, SK하이닉스 제쳐
공모가 30만원 보다 약 70% 상승 마감
과대 평가 부담...미국 금리인상 우려

기사승인 2022-01-27 16: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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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첫날 주당 20만원 벌었다...시총2위 등극에도 전망 ‘우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이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게 상장 기념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류션에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한주당 최소 2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다만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을 기록할 것이란 높은 기대와 달리 주가가 시초가 대비 급락했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과대 평가 부담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증시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친 영향이 컸다.  

LG엔솔은 IPO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1경(京)이라는 숫자를 기록하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수요 역시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얼어붙은 주식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 상장은 어느 때 보다 수급을 쏠리게 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오른 것) 가능성도 점쳤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이 기업의 목표주가를 최대 61만원(시가총액 182조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높은 공모가와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증시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여지없이 무너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의 주가는 이날 시초가(59만7000원) 대비 15.41% 하락한 50만5000원에 마감했다. 다만 시총 118조1700억원으로 SK하이닉스(82조 6283억원)를 제치고 2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공모주 투자를 통해 따상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다만 공모가인 30만원보다는 약 70%(68.3%) 상승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약세는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경쟁사인 삼성SDI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은 36.15배다. 반면 LG엔솔의 추정 PER은 129.03배에 달한다. 

두 기업의 실적을 비교해도 삼성SDI(영업이익 1조2000억원)가 LG엔솔(지난해 추정 영업이익  8000억~9000억원) 보다 높다. 

일부 증권사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시가총액 250조원, PER(22년 추정기준 67배)다. 

키움증권 김지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2분의 1에 불과하다”며 “(실적과 경쟁력을 보더라도) 두 기업의 시가총액 격차는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2위에서 3위로 밀려난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LG엔솔의 주가는 실적 대비 고평가됐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누적 이익은 5조126억원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추정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의 5분의 1도 못미치는 8000~9000억원 수준이다. 당장 미래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실적 대비 주가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부문에서도 중국의 경쟁사 CATL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배터리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5%로 2위다. 1위 CATL(31.8%)과는 11.3%p 차이가 났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이미 상장된 배터리회사 CATL과 삼성SDI의 상대가치를 적용한 시가총액 범위는 63조~120조원이며 평균치는 92조원”이라며 “다만 주가가 51만원을 넘어서면 세계 1위 기업인 CATL보다 비싸지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무구조를 보더라도 LG엔솔의 단기 차입금은 전년 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늘어난 것은 부담이다. 특히 금리 인상기까지 맞물리면서 상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엔솔의 1년 미만 단기 차입금은 약 2조5256억원으로 1년 전(1조1957억원)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가파른 수주잔고 증가율은 호재로 꼽힌다. 메리츠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 추가 상향 배경은 테슬라향 전지 침투율 증대, 신규·기존 OEM들과의 조인트벤처(JV)추가 설립, 각형 등 신규 폼팩터를 통한 폭스바겐향 추가 수주를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