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1981)’와 불의 의의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2-02-16 18:00:16
- + 인쇄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1981)’와 불의 의의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인 불은 현대인에게는 일상적인 것에 불과할 뿐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얻을 수 있으며, 우리의 주변에 항상 가깝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불을 어떻게 얻느냐가 아니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잊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불(火)에 대하여, 영화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La Guerre du Feu, 1981)>를 통하여 그 의의를 음미해보았다.

이 영화 속 나오를 포함한 용감한 세 젊은이들은 짐승과 인간을 구분 짓는 ‘불’이라는 ‘문명’을 찾기 위해 인류 최초의 모험을 시작한다. 이들은 여정 중에 여자의 부족에게서 ‘새로운 도구의 사용법’을 배운다. 또한, ‘웃음’이라는 행위 자체를 몰랐던 이들은, 웃기는 것을 보면 웃고, 장난을 즐길 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카가 일행을 따라다니기 시작했을 때 한 동료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자 질투심이 넘친 나오는 동료들 곁에서 이카와 동물의 교미와 같은 관계를 맺는다. 이후, 동료들과 떨어져 둘만의 잠자리를 할 때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로를 마주 보면서 사랑을 나눈다. 이는 단순히 쾌락과 종족번식의 수단을 뛰어넘어 일부일처제란 의미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작되었음을 나타내준다. 마침내 자신들이 직접 불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우리는 이 불이라는 문명의 그늘 속에서 살고 있다. 불(火/灬)은 빛과 열을 방사하는 물체 또는 그 현상을 말한다. 불은 인류의 생활에서 주요한 수단이 되어 왔고 이는 원시시대의 인류를 다른 영장류로부터 구별되게 하였다. 즉, 불은 인류의 문명 생활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도구다. 불은 한자로 ‘火’이며, 이는 넘실거리며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그렸으며, ‘불’과 불에 의한 요리법, 강렬한 열과 빛, 火星(화성), 재앙, 나아가 식사를 함께 하는 군사 단위인 10명을 지칭한다. 그리고 火자는 焦(태울 초)자에 보듯이 다른 글자 아래에 올 때에는 4개의 점(灬)으로 나란히 쓰기도 한다.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1981)’와 불의 의의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이 火/灬(불 화)자는 난방(煖房)이나 조명(照明), 요리(料理)에 관련되는 글자에 모두 들어간다. 즉, 불(꽃)을 직접 말하는 경우로 火가 둘 모여 불이 강하게 타오름을 뜻하는 炎(불탈 염)자, 불을 이용한 요리법으로 고기(肉․육)를 불에 굽는 모습을 뜻하는 炙(고기 구울 자)자, ‘열’과 ‘빛’을 말하는 경우로 사람이 횃불을 든 모습을 나타낸 熱(더울 열)자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불은 문명의 이기가 되기도 하지만, ‘재앙’을 가져오게도 한다. 홍수(巛․재)와 가뭄이나 화재(火)가 더해진 것으로 재앙을 뜻하는 災(재앙 재)자 바로 그 예이다.(하영삼, “漢字 뿌리 읽기 <194> 火(灬․불 화)”, 동아일보, 2005. 4.29. B11면 참조)

불은 모든 것을 태울 수가 있다. 불은 옛부터 성스러운 것의 징표이고, 깨끗한 것의 상징이며, 말끔하게 없애는 것의 대명사였다.(이해인, '당신이 부는 피리이게 하소서', 융성출판, 1986, p.159.) 즉 불은, ‘① 청결, 정열, 불멸 그리고 성스러움, ② 파괴의 수단, ③ 생명력․생식력, ④ 부정을 정화하고 삶을 번창, 번영시키는 힘’을 상징한다.

불의 사용은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촉진시켰다. 불이라는 강력한 에너지의 덕택으로 비로소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문명사회를 구축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불은 ‘제1의 불(원시), 제2의 불(전기), 제3의 불(원자력), 제4의 불(레이저)’이라는 변천을 겪어 왔으며, 불로 인해 거주지역과 식생활 지역이 확대되었으며,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불은 욕망의 도구로서 나아가 전쟁을 낳고 탐욕의 척도로 변질될 수 있는 존재이다. 불의 힘은 창조적․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이 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불의 올바른 사용은 인류 공동의 과제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