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혼·1인가구 늘고 있지만…‘혜택 기혼자에 ’

기사승인 2022-03-1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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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혼·1인가구 늘고 있지만…‘혜택 기혼자에 ’
사진=안세진 기자

“신혼부부만 혜택을 주는 것도 조금 웃겨요. 전통적인 결혼상과 가족상이 아닌 대안적인 주거기반 커뮤니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정부가 지원해줘야 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주거를 그렇게 외치고 출산율을 그렇게 높이겠다고 난리를 치는데 오히려 이런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혼 1인가구가 날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합법적 부부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청년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는 정부에게 보다 다양한 군상의 가구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에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족의 평균 가구원수는 2.3명으로 2010년 2.9명, 2015년 2.8명에서 크게 줄어었다. 1인가구 비중은 2015년(21.3%)에 비해 9.1%p 늘어나 30.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31.7%로 2015년보다 12.5%p 감소했다.

인식 변화도 나타났다. 가족의 다양한 생활 방식·가치관에 대한 국민 수용도가 2015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비혼 독신(34.0%), 비혼 동거(26.0%), 무자녀(28.3%)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비혼 독신에 동의하는 20대는 53%로 모든 연령층 중에 가장 높았다. 20대는 비혼동거(46.6%), 무자녀(52.5%)에 동의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어 10대에서 비혼독신(47.7%), 이혼·재혼(45.0%), 무자녀(47.5%)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비혼 출산에 대한 동의 비율은 15.4%로 2015년보다 5.9%p 올랐다.

실제 최근 민달팽이유니온이 비혼 청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인생 우선순위에서 결혼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한 비혼 청년 A씨는 “결혼할 생각이 크게 없다.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이 깨지는 것이 싫다”면서 “결혼, 출산을 할 경우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돈의 사용처를 계획해야 하는데, 내가 버는 돈을 내가 마음껏 쓸 수 없다. 내 집을 꾸미고 반려동물 키우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비혼·1인가구 늘고 있지만…‘혜택 기혼자에 ’
사진=Pexels

하지만 이같은 사회적 흐름에도 비혼가구를 위한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결혼을 하면 자녀를 갖지 않더라도 신혼특공에 생애최초, 희망타운 등 옵션이 많다. 반면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청약 문턱이 턱없이 높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생애최초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민간분양에 한해 신혼특공과 생애최초 특공 물량 중 30%를 추첨제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자녀유무나 소득기준을 따지지 않고 공급하게 됐지만 총 인구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1.7%(664만명)이란 점에선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한국의 주거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출산과정을 거쳐 정상가족을 구성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생애주기별 주거정책을 수립한다”면서 “이외의 삶의 형태는 목표 ‘미완’으로 두는 정책 기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던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청년취업, 결혼, 출산 과정을 통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 세대간·계층 간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단일화된 삶의 양식만을 전제로 주거정책이 설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혼 청년 B씨는 “1인가구를 위한 제도 자체에 편견이 깔려 있다. ‘1인 가구는 이 정도에서 살면 적합할 것이다’라는 시선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수리나 설치 등을 위해서 기사를 불렀을 때 ‘여자 사는 집 치고 크네?’ 혹은 ‘이 정도면 (여자 혼자 살기에) 적당하지’ 라는 말에서 묻어나는 편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양한 가족 구성의 형태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꿨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정상가족에서 새로운 정상가족으로 이행하는 관문으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결혼 제도는 이성애자 간의 파트너십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동성 간에, 혹은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경제적인 공백과 함께 제도 밖 영역에서 주거불안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한 삶의 양식을 제도에 끼워 맞추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족구성 형태로든 삶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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