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잡은 손, 노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요양원·요양시설 접촉 면회 한시 허용
서울요양원 면회 신청 줄이어 …짧은 시간에 아쉬움
“방역 안정돼 어르신 외출, 면회 늘어날 수 있길”

기사승인 2022-05-06 06: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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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잡은 손, 노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요양원 대면 면회가 한시 허용된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에서 임종필(54)씨가 어머니 장숙자(91)를 끌어안고 있다. 장씨가 쓴 모자와 가슴에 단 카네이션은 가족들이 준비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엄마, 나 종필이에요!”
임종필(54)씨가 어머니 장숙자(91)씨 코앞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장씨는 치매를 앓는다. 시력도 나쁘다. 잠시 어리둥절 하던 장씨. 익숙한 목소리 톤, 사투리를 듣고서야 눈앞의 남성을 알아봤다. 매일을 그리워하던 둘째 아들이다. 영상 통화, 비대면 면회가 아닌 손을 잡은 것은 2년 만이다. 노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 요양원 1층에 위치한 면접실이 북적였다. 둘째 아들, 둘째 딸, 셋째 며느리, 그리고 손녀가 장씨를 만나기 위해 모였다. 임씨는 연차를 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은 분홍색 모자, 두유 한 박스 그리고 카네이션을 준비했다. 모자를 씌워드리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우리 아들 영감이 다 됐네”, “엄마는 아직도 젊어요”. 비닐장갑 낀 손을 서로 어루만졌다. 

웃고, 울고 15분이 지났을까.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할 시간이다. 정해진 면회 시간은 30분이다. 하지만 다음 차례 전에 소독 작업이 필요하다. “엄마 매일매일 보고 싶어. 엄마 만나서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날이에요” 둘째딸 임영희(57)씨는 장씨를 껴안았다. “우리 애들 뽀뽀해주고 싶은데…” 지켜보던 사회복지사의 눈시울이 또 한번 붉어졌다.
2년 만에 잡은 손, 노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대면 면회가 허용된 지난 4일, 서울요양원 입소자와 가족들이 꼭 붙잡은 손.   사진=임형택 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정부가 요양원과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한시 허용했다. 지난달 30일부터 3주간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비접촉 면회로 가족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것도 잠시.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이마저도 중단됐다. 

대면 면회를 하려면 입소자는 4차 접종 완료자, 면회객은 3차 접종까지 마쳐야 한다. 모든 면회객은 48시간 이내 검사한 코로나19 음성 판정 증명서를 갖춰야 한다.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된다. 면회는 입소자 1인을 기준으로 최대 4명까지 가능하다. 서울요양원의 경우, 입소자 4차 백신 접종 이후 경과를 보느라 지난 2일에서야 대면 면회를 시작했다. 하루 9팀씩 진행 중이다.

입소자 가족들의 면회 신청은 줄을 잇는다. 요양원에서는 하루 한 번 입소자 가족에게 사전 예약 안내 문자를 보내는데 1분도 안 돼 마감 될 정도다. 미국 거주 중인 한 입소자 가족은 국제전화로 사전 예약을 하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번 주말까지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오는 8일까지 43팀이 신청 완료됐다. 
2년 만에 잡은 손, 노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장씨를 보기 위해 둘째 아들 임종필씨, 둘째 딸 임영희(57)씨, 셋째 며느리 박은정(48)씨, 손녀 임수민(23)씨가 지난 4일 서울요양원을 찾았다.   사진=임형택 기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거리두기 조치는 모두 해제됐다.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여전히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와 요양원 입소자는 2년 넘게 외출과 외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 60세 이상 연령층은 위중증 환자·사망자 약 90%를 차지한다. 특히 80세 이상의 경우 사망자를 누적 확진자로 나눈 치명률이 2.65%로 60세 이상의 17배에 달한다. 때문에 정부는 4차 접종을 적극 권고해왔다. 

윤수영(29·여) 사회복지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가족들이 면회를 오지 않는다며 너무나 서운해하신다”면서 “영상 통화를 걸어드리지만 알아보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재석 서울요양원 사무국장은 “지난 2년간 어르신들의 바깥 움직임이 제한됐다. 심리적 외로움뿐 아니라 근육 위축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 문제도 있다”면서 “방역 추이를 봐야겠지만 입소자 면회와 외출이 앞으로 점차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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