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가 가져올 미래

기사승인 2022-05-24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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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가 가져올 미래
연합뉴스
#. 직장인 A씨는 요즘 인공지능(AI) 사용에 푹 빠졌다. 음성인식 AI비서가 알려주는 일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은 자율주행차로 한다. 운전은 AI에게 맡기고 중요한 회의 자료를 빠르게 훑어본다. 퇴근해선 AI가 추천해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다가오는 주말엔 AI가 가르쳐준 레시피로 지인에게 식사를 대접할 예정이다. A씨는 AI보다 훨씬 똑똑한 ‘초거대 AI’ 상용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초거대 AI란 사람 뇌 구조를 모방한 AI다. 사람처럼 학습하고 공감도 할 줄 아는 AI라고 보면 된다. 초거대 AI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는 인공 신경망인 파라미터(매개변수)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정교한 학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거대 AI는 ‘언어모델’과 ‘멀티모달’로 구분한다. 언어모델은 텍스트에 집중된 AI다. 카카오브레인 ‘KoGPT’ 네이버 ‘하이퍼클로바’가 그 예다. 204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하이퍼클로바는 동어반복을 피한 유창한 문장을 구사할 줄 안다. 멀티모달은 영상·이미지·텍스트를 모두 이해하고 사고하는 AI다. LG ‘엑사원’이 멀티모달 AI다. 엑사원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들고, 이미지를 텍스트로 설명할 수도 있다. LG에 따르면 엑사원 파라미터는 약 3000억개다.


선한 AI, 악한 AI


초거대 AI 등장 이전부터 AI는 실생활에 가깝게 쓰이고 있다. 가벼운 말동무는 물론 의료영상 판독 등 전문영역을 AI가 도맡아 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나 레시피를 추천받고 24시간 365일 일하는 AI 챗봇과 금융상담도 가능하다. AI가 미디어 산업에 진출한 지도 오래다. 기사를 요약하고 뉴스 브리핑도 AI가 한다. 모두 AI가 바꾼 일상들이다.

이러한 순기능 이면에 역기능도 있다. AI는 데이터를 주입해 성장한다. 데이터를 아무리 선별해서 학습시킨다고 해도 편향과 선입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학습에 따라 선한 AI가 될 수도, 악한 AI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입자 40만 명을 모았으나 혐오 표현과 개인정보 무단 사용으로 논란을 부른 ‘이루다’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다행인 건 현재 기술 수준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기본적으로 독단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며 “어차피 사람이 넣는 데이터에 대한 아웃풋을 뽑는 거라 아직까지 현재 기술이 역기능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은 항상 우려하고 있고 정부도 윤리 표준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짚고 갈 부분은 대체노동력으로서의 AI다. 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하고 있고 사양위기에 놓인 직업이 많다. LG경제연구원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 43%가 ‘AI에 의한 자동화 고위험 군’으로 분류됐다. 이중엔 회계사 등 전문직도 포함돼있다. 연구원은 “개인과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쟁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도 AI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윤리 자율점검표를 배포했다. 정부는 조만간 우수 활용 사례집도 만들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계속 작업이 이뤄져왔다”며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할지 지침으로 할진 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국회와 논의해야 하고 관계부처 협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AI 조기 상용화…경쟁 피할 것”


KT가 최근 초거대 AI 연구계획을 밝혔다. 이성적이고 똑똑한 AI를 넘어 감성적인 AI와 사용자 경험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KT는 2000억개 이상 파라미터 AI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라미터 규모를 무작정 키우는 대신 조기 상용화를 위한 경량화에 무게를 실었다. 적은 데이터로도 응용력을 기르고 학습 시간을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러면 파라미터 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KT는 보고 있다.

KT관계자는 “빠른 상용화를 위한 AI기술개발과 도메인 학습을 우선하고 있다”며 “기가지니(인공지능스피커)나 AICC(인공지능컨텍센터)에 선적용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