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여성 광역단체장 ‘0명’… 정치참여 확대하려면

‘청년‧여성 정치 참여 제고 위한 교육‧훈련’ 국제심포지엄 개최

기사승인 2022-06-22 18: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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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여성 광역단체장 ‘0명’… 정치참여 확대하려면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제19회 2022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은 나오지 않았다. 1995년 6월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7년째 모든 광역단체장은 남성이었다.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라는 과업 달성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여성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제19회 2022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정치적 참여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지속가능한 민주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적 대표성은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그동안 저조했던 청년 및 여성에 대한 정치적 참여의 의미를 짚어보고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려면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미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글로벌 성 격차지수에서 우리나라 순위는 2021년 기준 102위다. (순위가 낮은 건) 여성의 정치참여 수준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성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계속적으로 노력하기 위해 교육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아직 여성 광역단체장은 0명이다. 부끄러운 성적표”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여성 정치참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강구할 뿐 아니라 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하려면… ‘여성할당제‧교육’ 중요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는 우선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저조한 원인을 짚었다. 그는 “대선이나 총선에서 남녀 간 성별투표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 아래로 매우 낮다. 남녀 간 정치참여율은 비슷하나 정치대표성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측면에선 남성 중심의 후원정치 및 중앙집중적 정치구조가 공천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 부교수는 “특히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여성정치인의 약한 지역적 기반, 비례대표제에서 일회성으로 그치는 여성 정치인 선발이 여성정치인의 양성과 발전을 저해한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 의지에 따라 여성 문제의 중요성이 결정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인식적 문제도 있다. 그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의식은 보수적인 경향을 띈다. 특히 여성은 사적 영역에, 남성은 공적 영역에서 비교우위가 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여론이 제도적‧정책적으로 반영됐다. 여성 정책이 모성, 양육, 교육에 집중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6‧1 지방선거에서 청년, 여성의 몫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성과 청년 같은 정치 소수자의 경우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로 실시되는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의 경우 조직, 정치자금의 동원 능력, 인지도 등 선거 경쟁력이 강조되는 탓이다. 

여성‧청년할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할수록 여성, 청년, 소수자에게 적절한 배려가 가능하다”면서 “여성‧청년 후보자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제도와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도 여성의 정치대표성은 낮은 수준이다. 유엔 산하 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의원의 비중은 26.4%, 여성이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인 국가는 26개국으로 약 8%에 불과하다. 각료급 여성도 21%에 그쳤다. 지방 선출직 여성의 수는 200만여명으로 전체의 36% 수준이다.

화상으로 참석한 가브리엘라 브로스키(Gabriella Borovsky) UN Women 정치참여 정책전문가는 “여성의 정치적 역량 강화가 UN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별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현재 여성은 정치적으로 과소대표 된 경향이 있다”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더 나은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화를 위해선 다양한 정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그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여성할당제’를 소개했다. 그는 “여성할당제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 보다 여성 대표성이 7% 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할당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며 “국제규범, 인권 관련 규범을 봤을 때도 여성할당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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