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조달 시 유사 수신 적용…“우회 가능성 커”

기사승인 2022-06-25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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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조달 시 유사 수신 적용…“우회 가능성 커”
유사수신행위에 가상자산(화폐) 조달을 포함하는 내용의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됐다. 테라-루나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업계는 우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회에서는 가상화폐 조달도 유사수신행위 요건으로 보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유사수신행위에 금전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조달을 포함하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양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유사수신행위에 자금뿐만 아니라 가상화폐를 조달하는 경우를 포함했다. 또한, 유사수신행위에 명시돼있는 금융업에 가상자산업도 포함했다. 유사수신행위를 하기 위하여 금융업과 가상자사업의 유사상호를 사용한 자에게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용우 의원의 개정안에도 금전 또는 가상화폐를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 중 하나로 규정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를 위반해 유사수신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신고하지 않고 불특정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자금을 통해 수신행위를 하려면 은행법 등 관련법 상 인가나 허가받거나 등록·신고 등을 해야 한다.

또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사 수신 행위는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장래에 발행가액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하여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다.

두 법률안은 테라-루나 사태에서 책임자의 처벌을 묻지 못하는 입법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발의됐다. 테라-루나 투자자들은 개발사인 테라폼랩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의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테라폼랩스는 루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인 앵커 프로토콜을 활용해 투자자를 모았다. 테라(UST)를 앵커 프로토콜 전용 지갑으로 전송한 뒤 예치하면 연 20%의 이자를 UST로 지급했고, 루나를 담보로 하면 연 12%의 금리로 UST를 대출해줬다. 

앵커 프로토콜은 예치했을 때의 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에 UST를 대출받아 다시 예치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금이 몰렸다.

양정숙 의원은 ‘코인을 맡기면 이율 20%의 이자를 보장한다’고 홍보한 것이 유사수신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에서 ‘금전’의 정의에 가상화폐가 포함되는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테라 루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 듯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해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테라 루나 사태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가상자산 이용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가상화폐를 유사수신행위에 포함해도 우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되레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앵커 프로토콜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시스템)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법인을 만들지 않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형태로 운영한 테라폽랩스가 특이한 사례다. 코드를 짠 후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대부분 드러내지 않고 앵커 프로토콜을 운영한다. 운영자가 한국인인지도 알 수 없다”면서 “법안이 만들어져도 해외에서 하는 건 막을 수 없어 한계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법체계를 제대로 정립한 후 유사수신행위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유사수신행위에 포함할 경우 일정 기간 코인을 묶어 두고 이에 따른 보상을 얻는 스테이킹이나 씨파이(중앙화금융) 등 디파이 외의 다른 서비스도 유사수신행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산업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데 테라-루나 사례로 일반화됐다”면서 “발의된 유사수신행위 법안이 확대해석 돼 다른 서비스도 막히게 되면 해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일이 해외에서 일어난다면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 투자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 개정안의 순기능도 있다”면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의 경우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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