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마지막 순간을 빛낸 멋진 이별 [게임읽기]

테라, 11년 함께한 이용자 위한 마지막 선물
품격있는 이별을 보여준 게임들

기사승인 2022-07-06 0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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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마지막 순간을 빛낸 멋진 이별 [게임읽기]
테라의 마지막 콘텐츠 ‘Last Quest(라스트 퀘스트)’.   블루홀스튜디오

지난달 30일 크래프톤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가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에서 개발한 테라는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게임성을 앞세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테라의 성공에 고무된 개발진은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고, 이후 ‘배틀그라운드’라는 걸작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테라도 세월 앞에서는 무색했습니다. 게임 노후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용자 이탈, 수익 저하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결국 블루홀스튜디오 측은 지난 4월 “유저분들께 만족스럽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더 큰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크래프톤은 대신 11년 동안 테라를 아끼고 사랑한 이용자들을 위해 마지막 콘텐츠 ‘Last Quest(라스트 퀘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이 퀘스트를 통해 테라 세계관 속 주요 인물들을 만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고마웠다. 때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와 함께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전장에 서겠지만 나는 그대를 영원히 기억할 것”, “앞으로 걸어갈 세상에서도 꺾이지 않고 일어서는 당신의 모습을 응원하겠다”는 뭉클한 작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게임을 추억하고 이별할 기회를 마련해준 테라의 이별 방식은 게이머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일방적인 통보 후 급박하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서일까요. ‘한복 동북공정’ 사태를 야기한 ‘샤이닝니키’, 에어캡이 출시한 ‘걸글로브’의 한복 아이템을 무단으로 표절한 ‘꽃피는 달빛’, 일방적 서비스 종료 통보 후 환불조차 나 몰라라 했던 ‘이터널M’까지 게이머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드는 사건들이 최근엔 유독 많았으니까요.

테라의 사례를 보며 떠오른 몇 가지 작품이 있습니다. 

FINAL FANTASY XIV: A Realm Reborn - End of an Era

스퀘어 에닉스에서 제작한 ‘파이널 판타지’는 ‘드래곤 퀘스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RPG라는 평가받는 시리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시리즈는 ‘파이널판타지14’입니다. 이 작품은 엉성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괴악한 게임성으로 시리즈 최악의 흑역사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결국 스퀘어 에닉스 측은 ‘드래곤 퀘스트 X’ 제작을 총괄하던 요시다 나오키를 프로듀서 겸 디렉터로 삼았습니다.

파이널판타지14는 정상화를 하려면 너무나 많은 것을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파이널판타지14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리부트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서비스 종료 이벤트가 시작됐죠. 게임 내 맵 전역에는 파멸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보스급 몬스터도 필드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고요.

이용자들은 힘을 합쳐 ‘에오르제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달의 위성 ‘달라가브’가 추락하면서 이용자들은 파이널판타지14의 세계의 멸망을 담은 영상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게임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영상 마지막 캐릭터들은 어딘가로 순간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파이널판타지14’의 리부트 작 ‘신생 에오르제아’가 공개됐습니다. 팬들은 망작을 회생시킨 최고의 선택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게임의 마지막 순간을 빛낸 멋진 이별 [게임읽기]
넥슨 '듀랑고'.   넥슨

2018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넥슨의 ‘듀랑고’도 품격있는 마무리로 많은 박수를 받은 작품입니다. 듀랑고는 공룡이나 매머드 등이 존재하는 미지의 가상 세계에서 살아남는 참신한 콘텐츠로 ‘2018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일정 수준의 유저 수가 지속적으로 유지됐지만, 생각만큼의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은 참신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게임이 또 하나 사라졌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제작진은 이러한 이용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창작섬’ 모드를 선물했습니다. 창작섬은 게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유저가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 캐릭터로 건물을 배치하고 가꿀 수 있는 콘텐츠로, 최대 7개의 캐릭터를 생성해 건물과 아이템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창작섬은 모든 유저분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양승명 디렉터의 말에 이용자들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게임의 마지막 순간을 빛낸 멋진 이별 [게임읽기]
타르타로스 온라인.   인티브소프트

인티브소프트가 자작한 ‘타르타로스 온라인’도 기억에 남을 마무리로 많은 칭송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온라인게임으로 제작됐지만, 패키지게임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탄탄한 시나리오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빈약한 엔드 콘텐츠와 이질적인 그래픽 요소 등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죠. 특히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서비스되던 2010년은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대작 MMORPG가 인기를 끌었기에, 이용자의 이탈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습니다.

결국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2013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개발진은 이용자들이 최종 시나리오를 볼 수 있도록 조그마한 배려를 남겼습니다. 이들은 마지막 이벤트를 위해 공식카페를 만들어 이용자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벤트에 참가한 이들은 개발진의 감사 인사와 함께 이벤트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CD를 받았습니다. 이벤트 서버에서 이용자들은 이전에 보지 못한 정식 시나리오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디브소프트의 이주원 대표는 2013년 게임전문매체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게임을 즐겨준 분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며 이벤트를 진행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패키지게임의 경우에는 엔딩을 보고 난 후에 패키지 CD라도 남는데, 온라인게임은 그렇지 않다”면서 “서비스 종료 전에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일부러 적자를 감수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담긴 DVD를 배송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의 인터뷰가 공개된 후 팬들은 개발진을 향한 감사를 전하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인디브소프트는 이후 신작개발을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갔지만, 2016년 결국 폐업하게 됐습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타르타로스 온라인 제작진이 향후 더욱 멋진 작품을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단순하지만 만물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명쾌한 격언입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도 시간이 흐르면 이용자들이 떠나게 되고 결국엔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말도 있죠. ‘때로는 만남보다 이별이 더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문장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하루입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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