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출생 비율 느는데…모유은행 국내 1곳

이른둥이 출생 비율 증가 추세
모유은행 운영 병원 국내 1곳…적자에 운영 어려움

기사승인 2022-08-08 18: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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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출생 비율 느는데…모유은행 국내 1곳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로 토론회를 열고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만혼과 고령 임신 증가 등으로 임신 37주 전에 태어나는 ‘이른둥이’가 늘고 있다. 저체중 출생아의 경우 모유 공급이 중요하다. 출산 후 바로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다.

대안은 바로 ‘모유은행’이다. 모유은행은 건강한 수유여성으로부터 잉여모유를 기증받아 저온 살균 후 조산아, 저체중아와 영‧유아에게 이를 제공하는 곳이다. 국내에는 모유은행 병원이 단 1곳인데 이마저도 운영이 어렵다. 

아이에게 안전한 모유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모유은행을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신손문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에 따르면 이른둥이의 출생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8.1%를 차지한다. 출생 체중이 2.5kg 미만인 저체중 출생아는 1만8338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6.7%에 이른다. 출생 시부터 집중치료가 필요한 1.5kg미만인 극소저체중아는 2114명으로 전체 출생아 중 0.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체중 출생아들에게 모유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모유와 기증모유를 권고하고 있고, 특히 체중이 1.5kg 미만인 유아에게 기증모유 제공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 교수는 “모유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신생아의 유병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호흡기 및 위장관계 감염과 같은 급성 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과 백혈병과 같은 종양의 발생도 감소시킨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둥이를 비롯해 입양아, 분유 알레르기 등 모유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으나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모유은행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모유은행 운영 병원은 국내 1곳, 강동경희대병원 뿐이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1943명의 기증자에게 1만6897리터의 모유를 기증받았다. 덕분에 2121명이 1만5565리터의 기증모유를 수혜 받았다.

다만 매년 적자를 보고 있어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나 학회 등의 운영 보조가 없는 탓이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은 “검사, 공정, 배송, 인건비 등으로 매년 1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 (운영이)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기증모유의 공정 장비도 문제다. 2006년에 구입한 완전 수동형 장비 하나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고장이 나서 고쳐 쓰고 있는데 얼마 못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강동경희대병원이 모유은행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모유 수혜도 차질이 생겼다. 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임신성 고혈압 등 조산과 연관된 모성 합병증 등으로 조산아 출산 후 곧바로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선 모유은행의 기증모유를 확보해 모유수유를 진행했다”면서 “그런데 2020년부터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공급이 어려워지며 조산아의 전체 모유수유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른둥이’ 출생 비율 느는데…모유은행 국내 1곳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로 토론회를 열고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해외에는 모유은행이 활성화 돼있다. 브라질에는 217개, 유럽엔 281개, 미국과 캐나다에는 30개 모유은행이 운영 중이다. 싱가폴(3개), 호주(5개), 인도(2개)에도 모유은행이 한국보다 많다.

국내에서도 모유은행 설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이른둥이에게 무료로 모유를 기증하는 ‘기증모유 지원 시법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 간 협의도 진행 중이다. 

다만 모유를 ‘식품’으로 볼 것인지, ‘인체유래물’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식약처는 모유에 질병 예방치료 목적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체유래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최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과장은 “식품은 질병 예방치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모유를 식품으로 볼 경우 현행 관리체계로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면서 “별도의 관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최영준 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은 “모유은행은 초미숙아 등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법제도 외에도 모유수유 은행을 설립한다고 해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기증자 확보, 인식 제고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산모의 경제적 착취 위험을 근절하기 위해서 관련 입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모유의 윤리적인 유통과 관련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2017년 캄보디아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미국으로 모유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모유은행이 설립되지 않았을 때 수유 중인 여성을 착취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른둥이를 위한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기증모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관리를 통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에서 챙겨야 할 부분”이라며 “모유은행의 운영난 없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공적 영역에서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시범사업이 권역별 모유은행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