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강태오 “절 잊지 말아주세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8-23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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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강태오 “절 잊지 말아주세요” [쿠키인터뷰]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배우 강태오는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별명 부자’다. 인기를 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국민 섭섭남’, ‘훗영남(훗날의 영우 남편)’, ‘강또춤’(강태오 또 춤춘다) 등 여러 애칭이 따라붙었다. 60만 명이던 SNS 팔로워는 드라마가 끝나자 220만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태오는 “사인 요청이 늘었다”며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 송무팀 직원 이준호 역을 맡아 우영우(박은빈)의 조력자이자 남자친구로 활약했다.

“시원함과 감동이 어우러진 작품이었어요.” 강태오는 드라마에 대한 말이 나오자마자 자신이 재미있게 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건의 매듭을 손쉽게 푸는 우영우의 능력과 소소한 감동 지점이 특히 좋았단다. 작품이 가진 따스한 결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시청자가 열광한 지점과 자신이 좋아했던 부분이 일치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주인공을 돕는 역할인 만큼 강태오는 편안함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잡아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우영우나 ‘봄날의 햇살’, ‘권모술수’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가득해요. 상대적으로 준호는 밋밋하고 평범하죠. 그 자체가 제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준호로서 돋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장면 안에 늘 존재는 하되 튀지 않는, 우리 주변에 있는 편안한 사람으로 표현하려 했죠. 변호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정도로만 연기했어요. 연기엔 액션과 리액션이 있다는 말이 있어요. 준호는 리액션이 많았던 친구였죠. 늘 표현법을 고민했어요. 덕분에 배운 점도 많아요. 욕심내지 않으면서 준호로서 챙겨갈 걸 생각했고요. 힘을 빼는 데 주력했어요.”

‘우영우’ 강태오 “절 잊지 말아주세요” [쿠키인터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이준호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우영우와 연인으로 발전한다. 문지원 작가가 가장 공들인 캐릭터로도 알려졌다. 강태오는 “고민이 많아 준호와 가까워지기 힘들었다”라며 준호가 영우를 좋아하게 된 계기부터 고민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처음엔 도덕적 차원에서 친절히 배려해주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영우의 모습을 보고 호감이 생겼다고 봤어요. 게다가 영우는 존경할 수 있는, 멋진 변호사잖아요. 준호의 이상형과 가까웠으니 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그가 이야기한 준호의 성장 배경 역시 흥미로웠다.

“준호는 변호사인 부모님 영향을 받아 변호사를 꿈꿨지만 송무팀 직원인 현실에 만족하며 지내요. 어머니를 존경하는 만큼, 이상형도 존경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게 우영우 변호사인 거죠. 기발한 생각으로 유연하게 사건을 해결해서 감탄하다 감정이 발현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준호도 남자잖아요. 영우의 얼굴에 사랑이 싹튼 거예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영우의 매력 자체에 빠진 거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라 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전 작품에서 해왔던 로맨스 감정을 그대로 가져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다 보니 불편하거나 조심스러운 부분은 없었어요.” 

촬영 기간만 8개월에 다다른다. 적지 않은 분량을 소화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다. 1회에서 화제가 된 회전문 왈츠 신은 좁은 회전문 칸에 박은빈, 카메라 감독과 뒤엉켜 ‘우당탕탕’ 촬영했던 추억이 남았다. 준호와 영우의 첫 데이트인 낙조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다. “‘나는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내 편이 되면 좋겠다’는 부분이 좋았어요. 강요 없이 배려하는 게 준호다웠죠.” 준호가 영우에게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는 바닷가 장면은 걱정으로 남았다. “너무 공격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대화하며 준호도 판타지가 아닌 실존하는 사람이고 감정이 있으니 서운할 수는 있겠다 싶었어요. 화내는 느낌보다는 내 마음을 바라봐달라는 호소로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은 됐죠.”

‘우영우’ 강태오 “절 잊지 말아주세요” [쿠키인터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강태오에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섭섭한데요’라는 대사에 뜨거운 반응이 일고, 전작인 KBS2 ‘녹두전’에서 그가 연기한 율무에게 ‘훗날의 인조’라는 자막이 붙은 걸 응용해 ‘훗날의 영우 남편’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데뷔 초 함께 동고동락했던 서강준, 공명, 이태환 등에게도 축하인사가 쏟아졌다. 관심이 쏠리는 만큼 강태오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았다. 군 입대를 앞둔 만큼 새로운 전환점을 노린다. 그는 “매 작품이 새 전환점”이라면서 “매사에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 강태오의 23막을 열어준 작품”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예술은 답이 없는 영역이잖아요. 신인 때는 늘 조급했어요. 그때보단 여유가 생겼어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늘 노력해요.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지신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어요. 연기란 늘 즐겁고 힘들지만, 결과물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어릴 때부터 TV 속 제가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제 그 일들을 하나둘씩 이뤄가고 있거든요. 전반전을 잘 마무리했으니, 이 에너지로 제대 후 후반전을 잘 시작하려 해요. 공백기 동안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배우 강태오의 새로운 막을 기대해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