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밥 먹고 약 먹어야 할까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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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09-2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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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밥 먹고 약 먹어야 할까 [그랬구나]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다음 중 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것은?
①술 ②커피 ③우유 ④콜라 ⑤공복

약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약 먹는 동안 음주 자제, 식후 30분 후 복용. 약사들의 권고는 꼭 지켜야 할까. △장동석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 △김병성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인에게 물었다.

“술 먹고 타이레놀 먹으면 큰일나나요?”
장 회장: 음주한 뒤 타이레놀을 먹으면, 술을 더 먹은 것과 같습니다. 알코올과 타이레놀의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대사물질이 ‘아세트알데히드’로 같기 때문입니다. 간독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술 먹고 약을 먹으려면 하루 이상의 텀을 둬야 합니다.

김 교수: 타이레놀을 많이 먹었다면, 하루 정도는 술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류 약물을 650㎎ 2개를 먹고 다음날 술을 마신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통이 심해서 아세트아미노펜류 약물을 3g 가까이 먹었다면 술을 피해야 합니다. 해독을 위해 간도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 일반적인 경우 술 먹고 꼭 아세트아미노펜을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해진 용량의 아세트아미노펜류 약을 복용했다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과다음주자들에게 하루 4g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을 때도 안전했다는 결과를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

“약 처방 시 식후 30분 뒤에 약을 먹으라고 권고하는데요. 아침을 거르는 경우 약도 점심부터 먹어야 할까요”
김 교수: 약을 꼭 식후에 먹어야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하루 3번이라는 횟수를 강조하기 위해 식사 후 30분 안에 복용하라는 권고입니다. 그저 기억하는 것을 돕기 위한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약들은 공복에 먹는다고 크게 문제될 것 없습니다.

이 교수·장 회장: 약에 따라 복용 방법이 달라집니다. 소염진통제, 일부 무좀약은 위 점막 보호층을 얇게 만들기 때문에 식후에 먹어야 합니다. 일부 당뇨약, 골다공증치료제와 위산억제제들은 식전에 복용하고, 일부 변비약이나 이상지질혈증약은 저녁에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복용 방법입니다.

“콜라나 커피 혹은 우유로 약 넘겨도 괜찮나요?”
김 교수: 안 좋습니다. 콜라나 커피는 산성이라 약의 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항생제의 경우 약효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맹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장 회장: 물, 특히 미온수와 함께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분해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약 제형을 설계할 때 물에 잘 녹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우유 등 유제품은 약 분해력을 떨어뜨려 약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교수: 약은 무조건 물과 함께 섭취해야 합니다. 콜라나 커피에 있는 카페인이 약의 분해를 지연하고, 혈중 약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저해하기도 합니다. 특히 칼슘제와 카페인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약 효과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복용량 보다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까요?”
김 교수: 당연하죠. 키가 빨리 크고 싶어서 밥을 세 그릇 먹는다면 키가 아니라 비만이 되는 것처럼 약을 많이 먹으면 과량에 의한 독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적정용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장 회장: 많이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빨리 오거나 지속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과다 복용할 경우, 약 중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교수: 임의로 복용량보다 많이 복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약은 치료에 적정한 혈중 농도가 있습니다.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양으로 복용량이 결정됩니다. 한 번에 정해진 복용량보다 많이 먹게 되는 경우 약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간 독성, 신장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꼭 밥 먹고 약 먹어야 할까 [그랬구나]
사진=박효상 기자

“생리통약처럼 같은 약을 계속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나요?”
이 교수: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인해 내성이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면 통증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김 교수·장 회장: 일반적으로 웬만한 약에는 내성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생리통 약이 안 듣는 건 내성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생리통의 경우 신체 컨디션에 따라 통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 시기도 중요합니다. 통증 전 예방 차원에서 먹으면 효과를 빨리 볼 수 있지만,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상태에선 약물 흡수 속도 때문에 효과가 느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가정용 상비약 중 감기약과 생리통약을 같이 먹으면 위험한가요?”
이 교수·장 회장·김 교수: 비슷한 효능의 약을 함께 먹으면 과다 복용 위험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중에서 타이레놀, 판피린, 판콜A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4000㎎ 이하로 복용해야 합니다. 감기약과 생리통약을 함께 복용한 뒤 속이 메스껍거나 간 효소 수치가 상승한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에 의한 이상 반응일 수 있습니다. 복용 전, 의사나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괜찮은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 약품 냉장고에 보관해도 되나요?”
장 회장: 약은 습기에 민감해 상온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습기 때문에 쉽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약을 오랫동안 먹기 위해 냉동 보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교수·김 교수: 설명서에 명시된 대로 약을 보관해야 합니다. 몇 가지 약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햇빛과 습기가 없는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올바른 약 보관법입니다. 25도 이하, 습도 60% 이하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알약의 경우 뒤에서 눌러서 빼서 먹는 약이나 알루미늄 포장재로 포장된 약은 복용할 때마다 약을 까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은 타이레놀 좌약,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인슐린 주사, 성장 호르몬 주사, 시럽 항생제, 여드름 연고, 녹내장용 안약, 니트로글리세린 등이 있습니다.

“약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이 교수·장 회장·김 교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을 넘기면 약이 변질되며 유효성분이 감소합니다. 약 포장 통이나 박스에 유효기한이 쓰여 있습니다. 약 복용 후 호전됐다면 복용을 중지하고 폐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019년 ‘의료기관 내 개봉 의약품 관리 지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개봉 의약품의 사용 가능 기간은 1년, 시럽(병)은 6개월, 시럽(소분)은 제조일 기준 1개월, 가루약은 제조일 기준 6개월, 연고, 크림은 6개월, 점이제, 가글제는 개봉 후 1개월입니다.

“먹다 남은 약, 변기에 버려도 되나요?”
김 교수: 큰일납니다. 화장실 변기나 하수구에 버리면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장 회장: 수질조사 시 항생제 물질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약품은 화학물질이라 함부로 버릴 경우 여러 문제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함에 폐기해야 합니다. 

이 교수: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반환해야 합니다. 폐의약품 수거함에 약을 버릴 때 알약, 캡슐, 시럽은 내용물만 모아 배출하고 가루 제형은 포장된 채로 반환해야 합니다.

그랬구나. 전문가의 권고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만 ‘식후 30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약을 건너뛰진 말자. 약을 살 때 뿐 아니라 버릴 때도 약국으로 가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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