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손유은 대표, 법 강사로 활동하다 창업의 길로
괴롭힘 정보 플랫폼으로 사회 문제 해결 앞장

입력 2022-10-14 09: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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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프리하라 손유은 대표가 자사의 괴롭힘 정보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10.14
창업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창업주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때로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이른 바 ‘꽃길을 걷다’ 험난한 창업을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괴롭힘 문제 해결하려 ‘프리하라’ 창업
괴롭힘 문제 해결 플랫폼을 제공하는 ㈜프리하라(FREEHARA) 손유은(36)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공익적인 색깔이 짙다. 

법을 전공한 손유은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법무부 위촉 강사로 활동하면서 괴롭힘 예방 교육을 했다. 

손 대표가 법을 공부하게 된 것도 폭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가정·학교·데이트폭력을 경험하면서 괴롭힘 문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정작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며 “그때 괴롭힘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법을 전공하게 됐다”고 했다.

손 대표는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할수록 ‘교육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육이 끝난 뒤에는 언제나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주로 ‘이것도 괴롭힘(폭력)이 되나’,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어디서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세 가지 모두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는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알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는 괴롭힘과 관련된 정보를 아우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프리하라 손유은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10.14
플랫폼으로 괴롭힘 진단하고 전문가 연결
2020년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사회의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리하라(FREEHARA)다. 

프리하라는 ▲괴롭힘 관련 정보 플랫폼 ‘FREEHARASSMENT’을 운영하고 ▲괴롭힘 예방 교육 ‘Free.u’를 개발·운영하며 ▲괴롭힘 예방 애니메이션 ‘프리하라 프렌즈’를 개발·보급한다. 

괴롭힘 관련 정보 플랫폼 ‘FREEHARASSMENT’는 (1)아동·학교·직장·군대 괴롭힘 등 21가지 괴롭힘 유형을 진단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2)괴롭힘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며 (3)전문가 연결을 통해 괴롭힘 문제를 한 번에 해결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손 대표는 “최근에는 ‘FREEHARASSMENT’ 주 타깃을 청소년으로 정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청소년 괴롭힘 문제가 제일 심각하고 해결됐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ree.u’는 플랫폼 ‘FREEHARASSMENT’와 융합된 괴롭힘 예방 교육이다. 

손 대표는 “교육을 하다보면 전해야 될 내용은 많은데 시간이 짧아 교육 효과가 작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교육을 연령에 맞춰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과 함께 만든 것이 ‘Free.u’”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의견을 나눈 뒤 키트를 활용해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모토다. 

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프리하라 손유은 대표가 창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2022.10.14
출퇴근 없는 창업가의 삶…“꿈에서도 일 생각”
지금은 6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처음에는 손 대표 혼자서 사업을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이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6개월 정도 테스트 기간을 거쳤다. 

먼저 창업가로서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한 뒤 본격적으로 회사의 틀을 갖춘 것이다. 

그는 “사업자를 내고 3개월이 지난 후 직원 1명을 고용했는데 리더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업무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으로는 사람과 함께 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손 대표는 ‘사업의 철학’이란 책을 보면서 시스템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직원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회사가 알려지고 매출이 일어날수록 몸은 더 힘들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6개 초·중·고등학교에 교육 키트 3600개를 보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키트 내용물을 꼼꼼하게 챙겨 포장하는 일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납기와 수량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손 대표는 “아직도 모든 가정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다는 사회 인식으로 인해 여성 창업가가 느끼는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창업 이후 가장 힘든 것은 출퇴근이 없어 졌다는 것”이라며 “365일 24시간 꿈에서도 일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 창업가의 삶”이라고 말했다.

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프리하라 손유은 대표. (최태욱 기자) 2022.10.14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 입주하며 탄력 받아
현재 프리하라의 주 수입은 교육 운영에 의존하고 있다. 

법무부 법문화진흥센터로 지정돼 있어 법 교육이나 학교폭력 예방 교육, 노동법 교육 관련 콘텐츠 개발 등을 의뢰받거나 교육 운영을 맡기도 한다. 

손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게 됐다”며 “현재까지 달성한 매출은 1억 원 수준이지만 프리하라 콘텐츠를 통해 만난 사람은 오프라인 5000명, 온라인 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프리하라는 점차 능력을 인정받으며 솔로몬로파크, 대구경북코트라, 자치경찰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부동산원,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등 다양한 기관과 일할 기회도 잡았다.

프리하라의 성장에는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

손 대표는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할 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소셜임팩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비피를 만나 멘토링을 받게 되고 대구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하게 됐다.

그리고 콘텐츠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과 맞춤형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괴롭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기업 ‘프리하라’
법무부 법문화진흥센터로 지정된 프리하라. (최태욱 기자) 2022.10.14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교육 콘텐츠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선정된 프리하라는 올해 안으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프리하라의 교육 콘텐츠를 체험하고 괴롭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춘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센터가 문을 열면 괴롭힘의 심각도에 따라 해결 방안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개발 중인 뒷담화 예방교육 테스트를 완료하고, 해외 박람회에 선보일 예정이다. 

손 대표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프리하라를 창업하고, 괴롭힘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 괴롭힘을 경험한 것도 이유였지만 내 아이는 괴롭힘 문제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손 대표는 “스티브 잡스는 비행 청소년이었지만, 히스키트라는 아마추어 전자 조립 키트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면서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의 창시자가 됐다”며 “프리하라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데 도움을 주는 그런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오늘을 만드는 교육 기업 ‘프리하라’가 보여줄 교육 콘텐츠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